"6년 놀았으니 이제는 잘 해야죠".
서글서글한 미소가 매력적인 선수.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화 외야수 오재필(29). 그가 한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기대주라고 말하기에는 나이가 조금 많다. 지난 2005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7년차 선수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이 "타격에 소질이 있다.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 팬들에게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군입대 전 오재필의 이름은 오승택. 하지만 그는 개명을 했다. "미신 같은 것을 믿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다"는 게 오재필의 말이다. 오승택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그에게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오재필은 "전신마취만 7번이나 했다. 어깨, 팔꿈치 등 수술을 안 해본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입단 당시에만 하더라도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유망주로 관심을 모은 오재필이었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차라리 야구를 못해서 경기에 뛰지 못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 야구를 잘하고 싶어도 자꾸 몸이 아파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뭘 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고 회상했다. 부상의 나날로 점철된 4년과 공익근무로 군복무한 2년.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군제대와 함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한화에는 오른손 외야수가 부족하다. 발 빠르고 수비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한대화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동안 지독하리만큼 괴롭혔던 부상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개명의 효과인지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오재필은 "이제 몸은 아프지 않다. 컨디션도 아주 좋다. 이렇게 기회가 왔는데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주루 플레이를 할 때를 빼면 실전 감각도 거의 회복됐다"며 의욕 찬 모습으로 이를 악물고 있다.
자체 평가전에서도 오재필은 기대대로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첫 평가전에서 3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고 10일에도 첫 타석부터 중월 2루타를 터뜨렸다. 오재필은 "6년을 놀았으니 이제는 잘 해야 한다"면서 "평가전에서만 잘해서는 안 된다. 시즌이 들어간 뒤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팬들께서 타석에 나오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조금 더 현실적인 목표도 있다. 오재필은 "잘해서 돈도 벌어야 놓아야 하지 않겠나. 여자친구도 있는데 훨씬 떳떳한 모습으로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오재필에게 2011년은 기회와 도약의 시기가 되고 있다. 개명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 그에게서 한화의 희망이 보인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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