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연예인 노예 계약을 가장 앞서 파헤쳐야할 MBC가 오히려 노예 상인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에 휩싸였다. 상식 이하의 프로그램 출연 계약서를 지원자들에게 내밀었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사건의 발단은 새로운 예능 프로 '창사 50주년 아나운서 공개채용 신입사원'이다. 아나운서 채용이란 사내 연례 행사를 요즘 대세인 오디션 방식으로 살짝 비틀어 예능 프로로 만들었다. 오는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지원자만 수천명이다.
그런데 이 프로에 출연할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사실상 'MBC에 자신의 모든 권리를 제공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분노로 가득찬 몇몇 지원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 시청자 원성은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입사 동의서도 아닌 시험 응시를 위한 계약서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인신을 압박하는 항목들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정의의 사도(?)' PD수첩이 나서야할 수준이다. 일부 악덕 연예기획사의 '묻지마 노예계약서'나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강자 중 최강자인 MBC가 자신들의 허물에는 거의 사과나 자성을 하지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연말 MBC 연기대상 때는 김재철 사장이 전국에 중계되는 인기 프로에서 뜬금없이 긴 인삿말과 참석자 소개로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집안 잔치라서 그랬다'는 황당한 해명으로 슬그머니 넘어간 바 있다.
연말 연기 및 연예대상의 사유화는 TV 3사가 똑같은 상황이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MBC의 시청자에 대한 오만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수년전 MBC는 지금 교체 논의가 한창인 간판 오락프로 '일요일일요일밤에'(이하 일밤) 한 코너에서의 거짓 방송 물의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였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출연자가 거짓말을 했고 MBC는 이를 몰랐으니 어쩌겠냐'는 내용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이영자의 가짜 다이아 반지 파문이다. 당시 '일밤' 제작진은 첫째 이소라가 이영자에게 준 우정의 반지는 제작진이 섭외 과정에서 처음 알았고 그 진위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둘째 방송 복귀를 앞둔 이영자의 열정과 강박감이 반지에 대한 잘못된 표현의 원인이라는 것을 들어 'MBC 책임 없음'을 주장했다.
방송사는 연예인에게 멍석만 깔아줬을 뿐, 그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지 간에 자신들과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뻔뻔한 해명이다. MBC의 성의있는 답변과 사과글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분노했던 게 당연하다.
이후로도 쭉이다. 이번에 '아나운서 공개채용'의 계약서 건도 유야무야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만한 MBC가 언제쯤 가을 추수철 벼이삭처럼 겸손해질지 궁금하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mcgwir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