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민, "룸메이트 신경현 선배가 롤모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13 07: 56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지널 파크. 불펜 피칭 훈련장에서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래! 공 좋다", "좋아 이거야! 이 감을 잃지마", "이거 한 번 더 던지면 인정한다", "아! 내가 5km 까먹었네 신경 쓰지마", "모자 안 벗어도 된다니까" 등등. 투수의 기를 살릴 수 있는 모든 말이란 말은 다 쏟아진다. 한화 포수 박노민(26)의 입은 조금도 멈추지 않는다.
박노민은 올해로 프로 데뷔 8년차가 된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04년 2차 3번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2군에서 머물렀다. 2008년 군제대 후에도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2009년 46경기에서 홈런 5개를 기록한 것이 1군에서 거둔 최고성적. 그의 앞에는 신경현이라는 높은 벽이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타격에 비해 수비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올해도 한화 안방은 주장 신경현의 몫이다. 신경현만큼 공수에서 팀을 이끌 만한 선수가 없다. 그러나 아직 백업 포수 자리는 정해지지 않았다. 박노민은 수비가 좋은 이희근, 한 방이 있는 신인 나성용과 경쟁해야 한다. 1군에서 포수 자리는 2명.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다시 2군이다. 그래서 박노민의 각오도 남다르다. 올해는 어떻게든 자리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노민의 강점은 장타력이다. 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하다. 과거 일본 구단과 연습경기에서는 초대형 홈런을 날렸는데 일본 선수들도 넘기지 못한 곳으로 새카맣게 타구를 보냈다는 후문. 과연 타고난 힘일까.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웨이트를 시작했다. 2년 선배 조동찬을 보면서 나도 뒤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웨이트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근성이 배어있는 힘이다. 한대화 감독도 박노민에 대해 "힘 하나는 정말 타고났다. 경기에 계속 나오면 홈런도 웬만큼 때려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정한다.
그러나 수비가 부족한 게 아쉽다. 어깨가 강해 송구 능력은 좋지만 전반적인 수비가 떨어진다는 것이 한 감독의 지적. 박노민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수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신경현 선배를 보면 동작이 아주 빠르다. 송구를 할 때 글러브에서 공을 빼고 던지기까지 속도가 아주 빠르다.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인드도 타고난 포수다. 불펜 피칭에서 끊임없이 투수들을 격려하는 그는 "포수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투수가 못하면 포수가 독박을 써야 한다"고 말할 정도.
박노민의 롤모델은 한 방을 쓰는 신경현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사실 프로 입단 전까지만 해도 롤모델이라는 게 없었다. 하지만 입단 후 신경현 선배와 룸메이트가 된 뒤로 계속 함께 하고 있는데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며 "선배님께서는 늘 긍정적이다. 사실 내가 많이 예민한 편인데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이 배려해 주신다. 포수로서 그런 점을 본받고 싶다. 나도 언젠가 신경현 선배의 뒤를 잇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박노민을 바라보는 선배 신경현의 시선도 애틋하다. 신경현은 "팀에서 가장 친한 선수가 바로 (박)노민이다. 같은 포지션에 한 방을 쓰고 얼굴도 닮지 않았나"라며 웃어보였다. 신경현이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4년, 그의 나이는 우리나이로 서른살이었다. 박노민은 이제 우리나이 스물일곱살이다. 그의 앞길은 아직 창창하다. 롤모델인 신경현으로부터 안방을 물려받을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waw@osen.co.kr
<사진> 박노민-신경현 /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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