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뭐 좀 할 것 같은데".
'극잠' 박종훈(20)에 대한 평가를 부탁받은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30)의 장담하듯 거침없는 한마디다.
박종훈은 12일 SK 와이번스의 스프링캠프장인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열린 일본 독립리그 고치 FD(화이팅독스)와의 연습경기에서 단연 발군이었다. 선발 투수로 나서 3이닝 동안 9명의 타자만 상대한 채 실점없이 내려왔다. 3회 1사 후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이렇다할 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컨트롤만 안정되면 언히터블"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박종훈이었다. 이날 마운드에서의 박종훈이 바로 그런 신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김성근 SK 감독도 "오늘 같은 제구력이라면 70~80점이다. 가운데로 몰린 것이 1개에 불과했다"며 칭찬했을 정도. 경기내내 하얀 눈발이 날리고 뚝 떨어진 수은주로 굳어버린 손을 고려하면 대견했다. 최고구속이 128km에 그쳤지만 볼에 위력이 있었다. 또 사실상 올해 첫 외부 구단과의 공식 연습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았다.
평소 냉정한 평가로 정평난 박정권도 "타자 입장에서 보면 투수의 심리 상태가 느껴질 때가 있다. 작년 박종훈은 그저 볼을 던지는데 급급하고 조급해 했다. 하지만 올해 박종훈에게서는 여유가 보인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에 박종훈 스스로도 "제구가 안정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조웅천 코치님이 컨트롤을 어떻게 잡는지 알려주셨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멘탈적인 부분이었다"는 박종훈은 "내가 평소 때 가진 나름대로의 코스 공략대로 꾸준하게 밀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덕분에 뒤죽박죽이던 부분이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SK에 입단한 박종훈은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투구폼 하나 만으로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일본 지바 롯데의 와타나베 슌스케(35)를 떠올릴 정도로 '극단적인 잠수함' 투수였다. 언더핸더 정대현보다 더 아래인 릴리스 포인트는 가끔 마운드 흙을 긁을 정도였다.
제구가 안정을 찾으면서 공격적이고 집중적인 투구가 가능해졌다. 박종훈은 "이런 기분이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편안해진 것은 맞다"고 말한 뒤 "전에는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빨리 잡자면서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만족스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편하니까 욕심이 생긴다"는 박종훈은 "올해와 내년은 1군에 내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신인왕을 노리고 싶은 것 솔직한 마음이다"고 털어놓았다. 입단 후 키가 자라 '성장 잠수함'으로 불렸던 박종훈. 올해 1군 마운드에서 진정한 성장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letmeout@osen.co.kr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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