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아시안게임에 나가 추신수 선배가 말한 것처럼 태극기를 가슴에 달면 어떤 느낌일지 나도 느껴보고 싶다".
미국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플로리다 스테이트리그 데이토나 컵스(하이 싱글) 우완 투수 이대은(22)이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2010시즌을 잊고 2011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 가을 '추추트레인'추신수(29,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말한 것처럼 태극기를 가슴에 달면 어떤 느낌일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선발돼 직접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대은은 매년 미국 언론들이 선정하는 컵스 유망주에 들며 '메이저리거'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OSEN과 만난 이대은은 '태극기를 가슴에 다는 것'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수십 년 만에 돌아온 강추위 속에서도 부산, 남해를 돌며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2010년, "스티브블레스 증후군 걸린 줄 알았어요"
지난 2010년 1월 OSEN과 만난 이대은은 "더블A까지 올라가서 애리조나 폴리그까지 참가하고 한국에 들어오고 싶다"는 목표를 잡았다. 2008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오랜 재활을 끝내고 선발투수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으로 들어가던 비행기 탈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다. 이대은은 "비행기 안에서 마음 속으로 스프링캠프 때 가서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몸만 안 아프고, 꾸준히 던진다면 더블A까지 가서 폴리그까지 갈 것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제구력이 좋은 편이던 이대은은 시즌 초 갑자기 컨트롤이 안 됐다. 이대은은 "정말 신기했다. 포수 미트만 보고, 그냥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만 보고 던져도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안 들어갔다"며 웃음을 지었다. 조급해진 마음에 이대은은 스리쿼터처럼 팔의 각도를 조금 내려 일단 스트라이크 잡는데 집중했다. 다행이 제구는 조금 나아졌지만 바뀐 투구 매커니즘 때문이었을까. 이후 이대은은 오른쪽 어깨 근육통으로 두 달 동안 고생했다. 다행히 이후 몸 상태는 좋아졌다.
그러나 목표로 잡았던 더블A까지 승격은 힘들어 보였다. 이대은은 6월까지 2승7패 평균자책점도 4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은도 "더블A 희망하고 왔는데 안 보였다"며 "그래서 그냥 안 아프고 여기서나 잘 하자고 수정했다"고 말했다.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 내서였을까. 이대은은 이후 매 경기 잘하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섰고 7월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도 3점대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8월 4경기에서는 1승도 기록하지 못하고 4패만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15.32을 기록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대은은 "시즌 초에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해도 안 됐는데 시즌 막판에는 볼을 던지려고 해도 공이 다 스트라이크로만 들어갔다. 정말 신기했다"며 또 다시 웃음을 지었다.

▲투수는 맞으면서 큰다, "윤석민 선배도 많이 맞으시면서 최고 투수 되셨잖아요"
이대은은 지난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5승13패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누가 봐도 많이 맞았다고 느낄 정도다. 이대은도 "시즌 초 제구가 불안하면서 한 경기 졌구나. 이겼구나. 그러다 저도 모르게 어느덧 13패가 됐다"면서 "패는 특별히 신경 안 쓴다. 윤석민 선배도 많이 맞으시면서 지금 최고의 우완 투수가 되셨다"고 말했다.
이대은이 안타를 많이 맞은 이유는 있었다. 컵스는 이대은이 토미존 수술을 받은 만큼 매 시즌 내내 투구수를 관리했다. 전반기에는 65개, 후반기에는 75개가 가까워오면 무조건 그 다음 이닝에 등판을 시키지 않았다. 그 만큼 관리에 신경을 썼다. 여기에 직구, 커브, 체인지업 3개만 던지게 했다. 이대은의 주무기는 스플리터지만 컵스에서는 팔꿈치 보호를 위해서 못 던지게 했다. 이대은과 컵스 모두 패와 평균자책점보다 한 시즌 동안 5일 간격으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대은, "올해는 40인 로스터 & 2014년엔 가슴에 태극기"
이대은은 올 시즌 목표를 크게 잡았다. 지난해 계획했던 더블A는 물론이고 시즌이 끝날 때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의 의미는 예비 메이저리거라는 보증수표와 같다. 그렇게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일단 이대은은 올 시즌부터 고교시절 이후 던지지 않았던 스플리터를 다시 던질 수 있게 됐다.
그는 "팀에서 올해부터는 스플리터 던져도 된다고 했다"면서 "3년 동안 안 던졌는데 캐치볼 하면서 감은 계속 유지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주무기를 던질 수 있게 된 만큼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더블A이상 승격 후 애리조나 폴리그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경우 메이저리거로 가까워짐과 동시에 2014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후보가 될 수도 있다. 3월초에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대은은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잘 해야 한다. 이때 잘 하면 올 시즌 더블A까지도 승격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에 나가 추신수 선배가 말한 것처럼 태극기를 가슴에 달면 어떤 느낌일지 나도 느껴보고 싶다"고 당당하게 목표를 밝혔다.
agassi@osen.co.kr
<사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