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죠".
한화는 KIA로 이적한 이범호의 보상선수로 내야수를 데려올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화의 선택은 투수 안영명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보호선수에 제외된 내야수 중 우리팀 선수들보다 나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핵심이 바로 정원석(34)이다. 당초 3루수를 보강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한 감독은 3루수 정원석 카드를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정원석은 한편의 드라마를 썼다. 두산에서 방출돼 오갈데 없는 신세에서 동국대 시절 스승이었던 한대화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단숨에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정원석은 규정타석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른셋, 늦은 나이에 소화한 첫 풀타임 시즌부터 기대이상으로 활약했다. 연봉도 37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그랬던 정원석이 올해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지난해 한화는 송광민의 갑작스런 군입대 이후 3루가 구멍이 되어버렸다. 이범호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대화 감독은 정원석을 3루수로 돌리는 자구책을 강구했다. 대학 시절부터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한 경험이 있는 데다 괜찮은 장타력도 갖췄기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정원석이 3루수로도 아마 잘 할 것이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자체 평가전에서도 정원석은 3루수로 나와 까다로운 타구를 잽싸게 처리하는 유연함으로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다. 그는 "사실 3루수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실책을 하면 욕을 먹지 않겠나. 실수없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많은 젊은 내야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풀지 않겠다는 뜻이다.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까지 신경써야 할 게 많다. 그는 "장타 같은 건 욕심내면 안 된다"며 선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물론 자신감이라는 바탕은 깔려있다. 그는 "지난해 활약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풀타임 경험을 통해 노하우도 익혔다. 올해는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은 여전하다. 한상훈은 "(정)원석이형은 우리의 웃음 활력소"라고 귀띔했다. 정원석은 "지금 당장 말로 하는 것보다 시즌 때 플레이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정원석도 말 대신 플레이로 보여줬다. 올해라고 다를 건 없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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