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도 잘 빠졌잖아".
매번 어두운 시즌 전망을 내놓는 김성근(69)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하지만 고졸 신인 정진기(19)만 보면 슬쩍 미소가 나온다.
김 감독은 마무리 캠프 때부터 정진기이 이름을 거론해왔다. 한마디로 "정말 재미있는 아이"였다. 정말 재미있다는 표현이 아니라 자꾸 자신의 눈길을 잡아두게 한다는 뜻이었다.

화순고를 나와 3번째로 SK에 지명된 정진기는 청소년대표 출신의 우투좌타 외야수다. 탄탄한 신체에 공격, 수비, 주루 3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다. 정확한 송구까지 가미돼 차세대 주전 외야수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김 감독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 훈련 때부터 정진기를 지켜봤다. 일단 혹독한 훈련 속에도 꿈쩍하지 않는 성실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방망이 센스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정진기에 대한 김 감독의 멘트는 마무리 캠프 때부터 항상 "고졸 치고는"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칭찬 일색이었다. "분위기가 있다. 가을과 비교해 천지 차이다", "방망이 돌리는 것을 보니 센스가 있고 똑똑한 것 같다", "몸도 좋고 발이 빠르다", "이제부터 적응을 어떻게 하나 봐야겠지만 좋아질 것이다".
특히 김 감독은 정진기 '몸매'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은 "몸매가 이쁘다. 잘 빠졌다"면서 "이대로라면 박용택이나 이병규(이상 LG) 같이 크게 될 수 있는 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용택은 2009년 타격왕 출신인 LG 간판 외야수다. 또 이병규 역시 LG 소속으로 국가대표 간판 외야수이면서 일본 주니치에 진출할 만큼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정진기에 대한 자질이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 감독은 12일 캠프 첫 연습경기였던 일본 독립리그팀인 고치 FD(화이팅독스)전에 이어 13일 일본 한신 2군전에도 정진기를 주전 우익수로 기용했다. 두 경기 모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뛰게 한 선수는 정진기가 유일했다. 여기에 성적도 좋다. 조동화와 함께 유이하게 두 경기 연속 멀티히트다. 고치 FD전에서는 3루타를 치더니 한신 2군전에서는 빠른 발을 이용한 2루 내야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김 감독은 여지 없이 정진기를 언급했다. "재미있지 않냐"고 되물은 후에는 "SK 선수 중 가장 적극적"이라고 강조, 다른 선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과연 리그 최고라 불리는 SK 외야진에 고졸 신인 정진기가 포함될지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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