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SK 와이번스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고치현입니다. SK를 취재하면서 느끼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시키는 김성근(69) 감독도 대단하지만 그런 훈련량을 매일 소화해내는 선수들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선수들은 젊기라도 하죠. 코치들이나 전력분석팀, 통역, 보조선수들은 정말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정도입니다. 선수 한 명이 나와도 다들 나와 미리 준비해야 하고 끝나면 뒷처리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 불만이 없겠습니까.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거듭된 강행군입니다. 13일처럼 왕복 3시간 가까운 한신과의 원정 경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지도 않은 특타 명단이 나오면 이거 완전 죽을 맛입니다. 이날 게임조에 속한 사람들은 오후 12시 30분 경기 시각을 맞추기 위해 아침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쉬고 싶었을까요. 다들 1시간만이라도 잠깐 누워 있고 싶었을 겁니다.

김 감독은 과연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무엇을 위해 이렇듯 선수들을 다그치는 것일까요?

고교시절 김 감독의 야구부 1년 후배인 시미즈 타다(69)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 감독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김 감독과 50년 이상 알아 온 시미즈 씨는 13일 일본 아키구장에서 열린 한신 2군 경기를 보기 위해 멀리 교토에서 왔습니다. 시미즈 씨는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일본 야구를 넘어서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일본 만큼은 꼭 이기고 싶어하는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많은 일본인 코치를 받아들이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김 감독의 야구가 일본야구를 이기면 굉장히 기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일본 교토야구연맹 전무이사인 시미즈 씨는 누구보다 김 감독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일본인이지만 재일교포의 설움을 받았던 시절부터 한국으로 완전 귀국한 후 '야신'으로 추앙받기까지의 과정을 빼놓지 않고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더불어 한국야구의 전체 흐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이 OB 코치로 데뷔한 198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한국을 방문해왔습니다.
시미즈 씨는 "김 감독은 고교시절 후배들을 선배로서보다는 친구처럼 친절하게 대해줬다. 대신 노크를 잘 쳐서 연습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집중하게 만들었다"며 "후배들이 김 감독을 욕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감독이 독한 마음을 품은 것은 편도 티켓만 끊어 한국으로 떠났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야구에만 집중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러울 뿐이다"면서 "김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를 어느 정도 바꿔놓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 수비를 중시하고, 일본의 치밀하고 세밀하며 데이터적인 야구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미즈씨는 사회인 야구 미쓰비시 중공업을 거친 후 미쓰비시 감독까지 지냈으니 야구에 대해서는 전문가입니다.
시미즈 씨는 "김 감독이 교토에서는 이미 유명해졌다. 김 감독의 야구 열정은 존경받아야 한다"면서 "교토출신 야구선수 모임을 만들 생각인데 김 감독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 감독이 이끈 SK는 항상 일본야구를 넘자고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3번이나 아시아시리즈에 나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또 김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최종 목표는 세계 최고지만 결국 가장 먼저 일본야구를 넘어서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쉽게 훈련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캠프에서 고생하는 SK 선수들과 코치, 직원들을 대신해 한가지 소심한 복수를 할까 합니다. 김 감독의 과거를 폭로하는 것이죠. 시미즈 씨 증언에 따르면 김 감독은 고교시절 빠른 스피드의 볼을 던지긴 했지만 컨트롤은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타격이 더 나았다고 합니다.
"김 감독은 볼 스피드는 빨랐지만 투수의 생명인 컨트롤은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타격을 잘했다. 그런데 동아대로 유학을 갔다 온 후 몰라보게 피칭이 좋아졌더라. 아무래도 고교시절 때는 전문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김 감독은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만약 한국에 가지 않고 계속 선수생활을 했다면 지금의 '야신'은 없었을 것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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