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성효, "용병 찾다가 양아들 얻었죠"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2.14 10: 32

"브라질을 헤매면서 찾은 원석...이제는 아들처럼 키우렵니다".
요즈음 남해서 전지 훈련 중인 수원 삼성의 윤성효(49) 감독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마치 늦둥이를 얻은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다. 직접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둘째 아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은 외국인 선수 베르손(19). 윤성효 감독은 작년 브라질에서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데려온 베르손을 아들처럼 귀하게 여기고 있었다. 수원의 관계자가 "윤성효 감독은 말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베르손한테는 다르다. 우리도 신기할 정도"라고 말할 지경이다.

▲ 용병 찾아 삼만리
"몰리나, 에닝요 같은 외국인 선수가 필요합니다". 작년 윤성효 감독이 아시아 정상의 길목에서 무너진 뒤 꺼낸 얘기다.
윤성효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브라질로 출국했다.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 목표였다.
그러나 윤성효 감독의 브라질행은 실패로 끝났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개최로 브라질 선수들의 몸값이 하늘을 찔렀다.
윤성효 감독의 입에서는 "내 마음에 드는 선수들의 몸값이 800만 달러를 호가했습니다. 예전에는 300만 달러도 안 되던 선수들이었죠"라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 초특급 유망주로 방향 선회
윤성효 감독은 선택의 기로에서 초특급 유망주를 영입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특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다면 유망주를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윤성효 감독의 결정에는 수원의 2군 코치로 활약하던 시절 산드로를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성장시켰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윤성효 감독의 선택은 베르손. 베르손은 브라질 U-17, U-19 대표를 거쳐 U-20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선수였다. 브라질 1부 리그 그레미우에서도 15경기에 출전하며 주목받았다.
“현실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선수를 키우자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베르손이 가진 재능이라면 충분하다는 믿음이었습니다".
▲ 용병이 아니라 둘째 아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고려해도 윤성효 감독의 베르손 사랑은 특별했다. 이유가 있었다. 베르손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아 양부모의 손길에서 어렵게 자라난 선수였기 때문이다.
윤성효 감독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였다. 자신의 큰 아들보다 한 살이 어린 베르손을 지켜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윤성효 감독은 베르손의 양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겠다는 약속을 했다. 베르손의 입에서 “아빠”라는 말이 나왔고 윤성효 감독도 “내 아들”이라고 화답했다.
브라질 태생으로 낯선 추위에 힘들어하던 베르손이 힘을 얻은 시기였다. 베르손의 어린 나이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던 수원 선수들도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윤성효 감독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윤성효 감독은 "브라질을 헤매면서 찾은 원석이 베르손입니다. 제 2의 산드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런데 베르손이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하니 저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아들처럼 키우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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