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 "내제자 최고은 죽음의 진실은…"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1.02.14 10: 30

32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 최고은 작가의 스승이자 소설가 김영하(43)씨가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 활동의 중단을 선언하며 “고은아, 미안하다. 살아서도 별로 도움이 못되는 선생이었는데 가고 나서도 욕을 보이는 구나”고 탄식했다.
김 작가는 14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최고은 작가의 죽음과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고은이에 대해 한가지만 말하고 갈까 합니다”라고 어렵게 입을 뗐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은이가 굶어죽었다고 당연히 믿고 있다는데 놀랐습니다”라면서 “그녀가 풍족하게 살아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꾸려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인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은이는 우울증도 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개인적 사물들이 정리돼 있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삶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놓아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또한 김 작가는 “사람들은 편한대로 믿고 떠들어댑니다”라고 한탄한 후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어떤 병인지 아시나요?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그러면서 몸은 바싹 말라가는 병입니다. 불면증도 뒤따르고 이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진실은 외면한 채 고은이를 아사로 몰고 가면서 가까웠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고 최고은 작가를 “재능있는 작가”였다고 기억하는 그는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가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대학을 다닐 때 어떻게 학비를 벌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다들 믿고 싶은대로 믿을 테니까요.”라고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우리 사회가 서로 살피고 돌보는 계기가 되면 그녀의 죽음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알바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할 양 극단이라는 것만은 말해두고 싶습니다”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편, 최고은 작가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시 월세방에서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영하 작가는 고 최고은 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시절 2학기 동안 수업을 들은 교수로 알려졌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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