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브소프트 김준영 대표, "온라인 없었으면 한국게임 벌써 망했죠"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2.14 17: 43

90년대 1세대 개발자들 라면 먹으며 버텨
불법복제로 무너지기 전 인터넷 보급 숨통
10년만에 기업가 된 비결? “최선 다하세요”

[이브닝신문/OSEN=최승진 기자]  김준영 엔트리브소프트 대표(41)는 아랫사람들의 신임이 두터운 덕장(德將) 스타일이지만 게임사업에 관해서는 맹장(猛將)이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달려갈 사람이라는 뜻이다.
김준영 대표와 인연이 있는 게임들도 혁신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화이트데이’는 한국적인 공포를 담아낸 어드벤쳐 게임으로 관련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고 ‘팡야’는 특정 계층의 여가 문화로 인식돼왔던 골프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게임으로 발전시켰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가산동 사무실에서 김준영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기자를 보더니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낸 후 “게임을 미처 끝내지 못했다”며 “곧바로 게임을 마치고 오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가 즐기고 있었던 게임은 이날 막 사전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앨리샤)로 엔트리브소프트의 신작 온라인게임이다. 아니나 다를까. 앨리샤 역시 말(馬)이라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액션 라이딩이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내세운 혁신적인 스타일을 갖췄다.
앨리샤로 새로운 게임 혁신을 꾀하고 있는 김준영 엔트리브소프트 대표이사를 만나 게임인생 철학을 들어봤다.
 
-혁신적인 게임과 유독 인연이 많다.
▲현재 잘되고 있는 게임을 목표로 만들면 유행에 뒤쳐질 수 있다.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이때가 되면 기존의 잘되고 있던 게임은 잊혀져 가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또 이무렵 비슷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게 돼 이용자 입장에서는 질릴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점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좋은 도전이라고 판단이 됐을 때 이를 믿고 잘 만들면 이용자들이 즐겁게 봐준다.
 
-소통의 리더십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간 창의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소통은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원동력이다. 리더의 첫 번째 역할은 직원들이 끊임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상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업계에 몸담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온라인게임의 등장이 기억에 남는다. 국내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불법복제 문제로 무너졌을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PC패키지게임 시장은 90년대 후반 당시 불법복제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이런 와중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1세대 게임업계 사람들의 열정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게임이 문화로 인식되지 못했던 90년대 중반 국내 게임업계는 지금과 달리 풍요롭지 않았다. 직원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때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일을 했다. 1세대 사람들의 열정 덕분에 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몰입하고 힘을 집중했더니 무엇인가 이뤄내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인생역전의 계기가 있는지?
▲학창시절 꿈은 기업가였다. 첫 직장이었던 아케이드 게임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더니 10년이 지나 기업가의 꿈을 이루게 됐다. 결과적으로 신입사원 때부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됐고 기회를 만들어줬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일에 몰입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는다.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매출 1등이 아닌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게임회사가 되고 싶다. 행복 1등은 물질적인 기준만을 만족시킨다고 얻을 수 없다.
 
-앨리샤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말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사행성 이미지 때문에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앨리샤는 대자연 속의 말을 주인공으로 삼아 게임으로 재해석해보자는 취지로 6년 전부터 개발돼왔다. 다시 말해 앨리샤는 말에 대한 좋은 경험을 소개해주고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게임이다. 점심 때 밥을 먹다가 지구상에 말이 몇 마리나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목표라면 앨리샤를 통해 태어나는 말이 현실세계 말의 수보다 많았으면 좋겠다.(웃음)
 
-'팡야2'의 개발소식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팡야2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의 팡야를 재도약시키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팡야가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를 해오면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보완해 이르면 올해 말쯤 팡야의 리뉴얼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달에는 전세계 팡야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대회인 ‘팡야 월드 챔피언십’도 진행했다.
 
-40대에 게임을 즐기는 의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현실세계의 나이는 게임세상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유롭다.
 
-평소 생각해왔던 게임의 정의는?
▲게임은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재미를 제공하는 또 다른 세상이다. 현실에서는 시간, 공간 등의 제약을 받지만 게임에서는 이러한 제약 없이 여러 가지 즐거운 경험들을 접할 수 있다.
 
◆김준영 대표이사는.
 2011년 2월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서비스 예정
 2010년 4월 ‘프로야구 매니저’ 국내 정식 서비스 시작
 2009년 9월 엔트리브소프트 게임포털 ‘게임트리’ 공개
 2004년 6월 ‘팡야’ 국내 정식 서비스 시작
 2004년 2월 ‘트릭스터’ 국내 정식 서비스 시작
 2003년 12월 (주)엔트리브소프트 대표이사
 2001년 11월 (주)플레너스(현 CJ인터넷) 이사
 2000년 6월 (주)손노리 부사장
 
shaii@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1.김준영 엔트리브소프트 대표이사는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간 창의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소통은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2.앨리샤는 국내 최초로 말을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으로 이용자는 말과 함께 대자연을 달리며 주행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관리 및 교배 시스템으로 말과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며 자신의 목장을 꾸미는 등 다채로운 게임진행도 가능하다. 엔트리브소프트는 현재 앨리샤의 광고모델로 소녀가수 아이유를 전면에 내세워 이용자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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