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방졸' 박병우에게 준 선물과 조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15 07: 29

"류현진 때문에라도 박병우를 오키나와에 데리고 가야겠는데".
한화의 하와이 전지훈련장이 있는 센트럴 오아후 리지널 파크. 한대화 감독의 눈에 고졸 신인 투수 박병우의 선글라스가 눈에 띄었다. 한 감독은 "웬 선글라스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병우는 "류현진 선배한테 선물 받았습니다. 류현진 선배가 바로 제 고등학교 선배입니다"라고 답했다. 한 감독은 "류현진이 고등학교 선배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라"며 웃어보였다.
올해로 입단 6년차가 된 류현진과 신인 박병우는 하와이 숙소에서 한 방을 쓰고 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박병우는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한 류현진의 5년 후배다. 류현진은 동산고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가능성을 인정받아 하와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박병우는 직속 후배이자 방졸답게 류현진을 방장으로 살뜰하게 모시고 있다. 류현진도 그런 후배를 아끼는 마음에 선글라스를 선물했다.

류현진이 박병우에게 한 조언은 딱 한마디였다. "절대 볼넷을 내주지 마라". 자체 평가전에서 투수들의 볼넷 남발에 불편한 심기를 비쳤던 한 감독에게도 이보다 더 정확한 말은 없었다. 마침 박병우가 마운드에서 던지고 있었다. 이희근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피하지 않는 적극적인 피칭을 펼쳤다.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한 감독은 "타자에게 맞을 때 맞더라도 볼넷을 안 주고 시원시원하게 피칭한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곁에서 지켜본 류현진도 흐뭇함을 느끼는 듯 웃고 있었다.
한 감독은 "류현진이 때문에라도 박병우를 일본 오키나와까지 데리고 가야겠는데"라며 껄껄 웃었다. 자칫 방장에서 방졸이 될 수도 있는 류현진을 배려한 것도 있지만 박병우가 류현진 옆에서 보고 배울 것이 많다는 점도 생각한 부분인 듯했다. 한 감독의 말에 류현진은 싫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한화는 18일(한국시간)부터 연습경기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지를 옮기는데 여기서 몇몇 선수들이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방장' 류현진의 선글라스 선물과 귀중한 조언이 이제 막 출발선상에 올라선 '방졸' 박병우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이 웃고 있자 한 감독이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선글라스 선물을 안 하냐?". 류현진은 "하나 드릴까요?"라고 답하자 한 감독은 "어차피 줘도 못써"라고 손을 휘저었다. 류현진은 그제서야 "아, 도수!"라며 무릎을 쳤다. 시력이 안 좋은 한 감독의 선글라스에는 도수 있는 알이 있었다.
waw@osen.co.kr
<사진> 류현진-박병우.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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