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오재원 각축' 두산, 2루도 뜨겁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2.15 10: 36

절친한 선후배. 그러나 주전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만큼은 양보가 없다. 내부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자생력을 키워 온 두산 베어스의 2루 경쟁이 더욱 뜨겁게 고조되고 있다.
 
2008시즌까지 두산 2루는 '2익수' 고영민(27)의 자리로 익숙했다. 2002년 2차 1순위로 입단했으나 한동안 2군이 익숙했던 유망주 고영민은 2006시즌부터 '안샘' 안경현의 자리였던 2루를 꿰찼다. 첫 풀타임 시즌 고영민의 성적은 2할7푼 2홈런 29타점 14도루.

 
특히 발이 빠르지 않은 좌타자가 나설 경우 우익수 근처까지 다가서는 수비 시프트를 보여주며 2익수라는 별칭까지 얻은 고영민이다. 그는 2007년 2할6푼8리 12홈런 66타점 36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주역이 된 동시에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고영민은 2,3번 타순을 오가며 39개의 루를 훔치는 동시에 70타점을 올렸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로 병역 특례까지 얻었다. 발 빠른데다 무시 못할 손목힘을 갖춰 김경문 감독이 생각하는 3번 타자감이었으나 2009시즌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2009년 발목 부상 여파가 겹치며 85경기 2할3푼5리 6홈런 29타점 12도루에 그친 고영민은 지난해 2할5리 6홈런 35타점 11도루로 풀타임리거가 된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1억6000만원까지 올랐던 그의 연봉은 어느새 9500만원까지 깎였다.
 
고영민이 부진 수렁에 빠진 사이 두산은 오재원을 발견했다. 2007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유격수 요원으로 입단했던 오재원은 빠른 발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 속에 2008시즌서부터 1군서 기회를 얻었다.
 
특히 오재원은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1군 규정타석을 채우며 2할7푼6리 37타점 35도루를 올렸다. 포스트시즌서는 2루 수비면에서도 대단한 발전상을 보여주며 경기 양상을 바꿔놓는 활약으로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고)영민이를 주전 2루수라고 부를 수 없다. 영민이가 부진에 빠져있는 동안 (오)재원이가 많이 성장했다. 이번 전지훈련서는 둘을 경쟁시켜 볼까 한다". 주루 능력이 아까워 고영민을 붙박이 연결형 3번 타자로 놓고 싶어하던 김 감독은 이제 고영민을 오재원과의 경쟁의 바다로 빠뜨렸다.
 
2009년 전지훈련서 함께 같은 방을 쓰는 등 여전히 절친한 사이지만 이들은 모두 주전 입성을 향한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이전부터 난시로 인해 경기력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안경을 쓰고 경기장에 나서기도 했던 고영민은 비시즌 동안 라섹 수술을 받고 새해를 준비했다. "말로 먼저 목표를 내세우지 않겠다. 죽을 각오로 2루 주전 수성에 힘을 쏟고 시즌 후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라는 것이 고영민의 2011년 각오.
 
오재원의 각오도 제대로 단조된 도끼처럼 단단하고 날카롭다. 지난 13일 KIA와의 연습경기 첫 타석서 선제 투런으로 새해 첫 실전 첫 타석 테이프를 깔끔하게 끊은 오재원은 "체력 보완과 수비 안정에도 열중했다. 풀타임 주전으로 우뚝 서 50도루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민과 비교했을 때 생기는 장타력 열세를 더 나은 주루 능력으로 상쇄하겠다는 뜻이다.
 
이전에 비해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1-2루 간 타구 처리, 더욱 빠른 병살 연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오른손잡이의 동선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2루는 분명 어려운 포지션이다. 센터 라인의 한 축인 2루를 놓고 벌이는 고영민과 오재원의 싸움. 승리의 여신은 둘의 손을 잡고 승리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