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SK 전병두의 처세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2.16 07: 43

SK 와이번스 좌완 전병두(27)가 선배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낱낱이 공개돼 한순간 폭소가 터졌다.
지난 12일 오후 독립리그 고치 FD(화이팅독스)와의 연습경기가 한창이던 일본 고치 시영구장의 반지하 본부석. 임시 식당이 차려져 있기도 하지만 그라운드가 한눈에 들어와 많은 선수들이 찾는 곳이다.
이날은 때 아닌 눈보라로 체감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더 많은 선수들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빠른 볼스피드로 '와일드씽'으로 유명하지만 태생적으로 인터뷰를 싫어하는 투수 엄정욱(30)이 대뜸 "전병두를 인터뷰 해오겠다"면서 수첩과 볼펜을 들고 갔다.
실제로 전병두는 하늘 같은 선배 엄정욱의 호출을 받자 즉각 '열중 쉬어' 자세로 돌입, 특유의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 한쪽 손으로는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이는 모습'으로 성실하게 질문에 답했다.
이내 엄정욱이 당당하게 수첩을 내밀었다. 내용은 보지 않아도 뻔 했다. 전병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제나 예상 가능한 모범 답안을 내놓는 투수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선발이든 롱릴리프든 상관없다', '되도록 많은 게임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겠다', '아픈데 없고 컨디션은 100%',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나 연애도 해보고 싶다'.
엄정욱은 "모두 예상 가능한 답변"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자존심이 상한 듯 다시 수첩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다시 내용을 추가해 수첩을 내밀었다.
'좋아하는 선배는 정욱이형이다. 많이 챙겨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다분히 사심이 들어간 내용. 마침 옆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김원형(39)도 이 내용을 읽어 보고 있자, 장난기가 발동한 제춘모(29)가 "원형 선배님은 좋아하지 않느냐?"며 전병두를 난처하게 몰아갔다.
그러자 돌아온 전병두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원형 선배님은 존경한다". 마치 준비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에 질 새라 제춘모는 "선배님은 존경하고 정욱이형은 좋아하면 나는 싫어하는 것이냐"고 다그치자, 전병두는 여전히 담담하게 "춘모형은 사랑한다"고 말해 말문을 닫게 만들었다.
이 때 누군가 회심의 질문을 던졌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전병두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원형 선배님은 모든 점에서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춘모형은 정말 잘생겼다. 정욱이형은 많이 챙겨준다".
신기하다 싶었는지 이번에는 엄정욱이 전병두를 찔렀다. 옆에 서 있던 친구 작은 이승호(30)를 가리키며 "승호는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승호 쪽으로 돌아선 전병두는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 "승호형은 당연히 정욱이형의 친구니까 좋을 수 밖에 없다".
순간 전병두를 가운데로 둘러싸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대폭소가 터졌다.
 
'만년 유망주'라던 전병두는 지난 2008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유망주 딱지를 떼내며 2년 연속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다. 더구나 팀내에서도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전병두로 자리잡았다.
 
고되고 힘든 SK 캠프지만 웃음꽃은 연일 시들지 않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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