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빛나는 신인 박준범, "좌절이 저를 키웠죠"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2.16 07: 44

"어린 시절에 저는 평범한 선수였어요". 대학배구 최고의 거포로 군림했던 박준범(23, KEPCO45)이 꺼낸 얘기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신인 최대어'로 불리며 당당히 프로배구에 입문한 박준범이었다. 한양대 3학년 재학 시절 드래프트 파동으로 프로행이 1년 연기된 뒤 '본의 아니게' 학사 졸업장을 받게 된 인물이 아니었던가.
▲ "좌절이 저를 키웠죠"
박준범은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과거를 털어놨다. 박준범의 아버지는 배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박형용 씨. 자연히 박준범은 어릴 때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 기대와 달리 박준범의 학창시절은 비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부터 배구를 했지만 경기에 나설 때보다는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박준범의 표현대로면 "좌절의 시기"다.
"어린 시절에 저는 평범한 선수였어요. 경기에 나서는 시간보다 나서지 못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요. 항상 졸업하기 직전에나 선수로 나섰다고 할까요. 솔직히 자리나 채우는 선수였죠. 그러다보니 여러 포지션을 전전했어요. 그런데 그 시기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다양한 경험에 배구의 눈을 떴다고 할까요? 고등학교 3학년때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하고 주목을 받았어요. 대학도 가고 청소년 대표로도 뽑혔죠. 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거에요". 
▲ "신인왕이요? 아직은 몰라요"
실제로 박준범은 한양대에 입학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한양대에서 1학년으로 주전으로 뛰었고 그 활약상을 발판으로 2007년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해 열린 FIVB 월드컵에서는 세계랭킹 1위 브라질을 상대로 팀내 최다인 11점을 기록하며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배구연맹과 대학배구연맹이 2009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3학년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것도 박준범 때문이다. 당시 배구판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박준범을 1년 뒤 잡은 팀은 KEPCO45. 강만수 KEPCO45 감독은 "큰 선물을 얻었다"고 외쳤을 정도다.
프로배구에 입문에서도 박준범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변함이 없었다. 초기에는 수비가 흔들려 어려움을 겪었지만 재빨리 적응을 마쳤다. 지난달 19일 신협상무전에서는 자신의 손으로 KEPCO45의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두 번째 3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박준범이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박준범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신인왕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었다. 박준범은 "솔직히 신인왕에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아직은 몰라요. (곽)승석이나 (김)정환이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잖아요. 플레이오프는 나가야죠. 꼴찌가 신인왕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뛰려고요. 팀이 잘 돼야 저도 잘 된다고 할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세진 선배가 제 이상형"
박준범이 신인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부진한 팀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조급한 마음이 자신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한 몫을 했다. 박준범은 프로에 입문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어릴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뛰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니 블로킹 사이로 공을 때리는 길이 보이더라고요. 프로에서도 공을 때리는 길은 여전히 잘 보여요. 그런데 그 길이 요새는 헷갈려요. 제 눈에는 분명히 대로인데 때리고 나면 골목길로 변하거든요. 그 길을 넓히는 게 제 숙제죠. (김)세진 선배처럼 코트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죠?".
stylelomo@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