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긍정의 힘' 믿는 왕선재, "작년은 초보 운전의 한계"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2.16 08: 30

'믿는 대로 된다'. 작년 한국을 휩쓸었던 '긍정의 힘'의 설파자 조엘 오스틴(48) 목사의 입버릇이다.
남해서 전지 훈련 중인 대전 시티즌의 왕선재(52) 감독도 이 문구를 수없이 되뇌고 있다. 시민구단의 한계 그리고 만년 약체라는 인식에 발목이 잡힐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왕선재 감독은 '약속의 땅' 남해에서 긍정의 힘을 믿고 있었다.
▲ "초보 운전의 한계였다"

왕선재 감독이 긍정의 힘을 외치는 까닭은 2010년의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정식으로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첫 해에 의욕을 보였지만 실망스러웠던 결과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뜻이었다. 지난해 대전은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시즌 중반에는 꼴찌로 추락하기도 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 도전하겠다"던 출사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꼴찌로 시즌을 마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왕선재 감독은 "초보 운전의 한계였다"고 자평했다.
"지고 싶은 감독은 없다. 변명 같지만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단단히 각오했지만 시즌 내내 사고가 이어졌다. 선수들의 부상은 다반사였다. 시즌 도중 주축 선수의 이적도 있었다. 물론 감독이라면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초보 감독에게는 버거웠다. 초보 운전의 한계였다고 본다. 조금만 침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1, 2군의 통합이 해법"
왕선재 감독은 올해도 고민이 많다. 작년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반전을 꾀했지만 시작도 전에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대전의 아들'로 불리던 우승제가 수원 삼성으로 떠났고 미드필드의 핵심이었던 권집은 재계약을 거부했다. 주전 골키퍼였던 양동원도 팀을 떠났다. 축구 선수로 환갑을 넘은 최은성(40)이 여전히 골문을 지켜야 할 지경이다.
 
일본 J리그 베갈타 센다이로 떠났던 박성호의 복귀가 유일한 희소식이었다. 대전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축구 전문가들이 대전을 약체로 꼽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왕선재 감독은 이런 악재를 1, 2군의 통합으로 극복하고 있다. 궁여지책이지만 대전의 빤한 사정에서는 이보다 명쾌한 해답이 없다. 전지훈련도 1, 2군의 구분 없이 치렀다. 다른 팀이 호텔에 묵었다면 대전은 펜션을 빌려 구슬땀을 흘렸다.
 
왕선재 감독은 "솔직히 우리 팀은 1, 2군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다. 2군도 파악해서 백업 멤버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열심히 뛰려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살 길도 찾으려고 한다. 부정적이려면 끝이 없다. 그러나 노력하면 방법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약체라고 포기는 없다"
왕선재 감독은 실패로 끝났던 "가을 잔치의 꿈도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저 말뿐인 얘기는 아니다. 약팀이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역시 실리 축구다.
왕선재 감독은 "작년에는 마음이 급하다보니 득점만 노리는 축구를 했다. 올해는 다르다.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안정적인 축구를 하려고 한다. 물론 이기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또한 왕선재 감독은 히든카드도 공개했다. 바로 한족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연습생 백자건이 그 주인공. 100m를 10초6에 주파하는 엄청난 스피드를 지닌 육상 국가대표급 준족이다.
왕선재 감독은 "백자건을 비롯해 박성호, 한재웅, 이웅희 등 빠른 선수들을 무기로 상대를 괴롭히려고 한다. 약체도 포기는 없다. 다른 팀이 우승이 목표라면 우리는 가을 잔치를 노린다. 중반까지만 잘 버티면 마지막에 치고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남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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