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소송' 이도형,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17 07: 22

"잘못된 것이니까 바로 잡아야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잖아요".
모두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만 할 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다. 결단이 필요한 일. 전 한화 포수 이도형(36)은 용기있게 실천으로 옮겼다. 이도형은 지난 15일 오후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야구규약에 명시된 FA 제도 독소조항 등에 대한 법적 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야구규약 독소조항 제161조 6항과 제164조 1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다.
이도형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FA를 신청했으나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결국 2011년 선수로 뛸 수 없게 됐고 어쩔 수 없이 은퇴 수순을 밟아야 했다. 아직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발목이 묶였다. 특히 과도한 FA 보상제도가 결정타였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은 선수들에게 FA는 결코 자유가 아니었다.

매년 문제로 지적된 게 FA 문제였다. 올해 KBO에서 FA 제도를 부분 손질했으나 여전히 대다수 선수들에게는 제한적인 자유일 뿐이다. 모두가 FA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성토를 했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선수는 약자이고, 구단에 속한 피고용자였다. 하지만 이도형은 용기있게 행동했다. 이미 은퇴한 자유의 몸이라지만 지금껏 누구도 실천하지 못했던 결정이다.
이도형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FA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싸울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며 "마침 선수협의회에서 많이 도와줬다. 뜻대로 된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걸 남기는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또 한 번 저처럼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FA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선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도형은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었다.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나도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후배들한테 정말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위 분들이 많이 놀랐다"면서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이도형은 "지금 FA 제도는 분명 잘못돼 있다. 힘들다는 걸 다들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바로 잡고 고쳐야 했다"고 말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1970년 커트 플러드는 MLB 커미셔너인 보위 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류조항에 대한 반발이었다. 플러드는 소송에서 패했지만 5년 뒤 보류조항은 폐지됐다. 그의 희생이 지금의 메이저리거들에게 빛이 됐다. 플러드처럼 이도형의 용기있는 결정과 희생에 대한 댓가도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빛과 소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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