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양영동이 교육리그에 갔었다면 과연 오키나와에 있었을까?".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외야수 양영동(28)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내내 볼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다. 양영동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전형적인 2군 선수였다. 별 생각 없이 그곳 생활에 만성적으로 젖어있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던 선수.

박종훈 감독은 16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는 양영동을 보며 "참 재미있다. 만약 저 친구가 지난해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갔다면 여기에 있었을까. 정말 신기하다. 원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키가 작고, 파워도 떨어져 시야 밖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박 감독의 눈에 든 건 지난 가을 10월 3일 남해 마무리 훈련 때였다. 원래 대로라면 일본 교육리그에 참가해야 했지만 그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양영동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사실 교육리그에 가고 싶었는데 포함되지 않아서 조금은 서운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1군 코칭스태프를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진주 마무리 훈련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양영동은 지난 2006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첫 시즌 1군에 잠깐 얼굴만 내비쳤을 뿐 특별한 기록 없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제대 후 삼성에 복귀했으나 그는 방출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막판 또 다시 방출자 명단이 발표 되면서 양영동은 새롭게 다짐했다. 생애 두 번 방출은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었다.
좌투좌타인 양영동은 얼핏 멀리서 보면 두산 정수빈 또는 이종욱으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체구와 타격폼을 지녔다. 타구 역시 좌중간으로 정확한 컨택을 바탕으로 가볍게 밀어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영동은 지난 시즌 퓨처스(2군) 리그 83경기에 출전 2할6푼9리의 타율에 47안타 16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1군에 한 번도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완전히 변한 양영동은 박종훈 감독 뿐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인정한 가장 열심히 훈련한 선수가 되면서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캠프 뿐 아니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1군 멤버들과 함께하고 있다.
박종훈 감독이 양영동을 놓고 이런저런 이유를 말한 상황은 의외로 간단했다. 박 감독은 "양영동이 가장 열심히 했다. 그의 눈빛을 봐라. 살아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4개월이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박 감독은 여전히 양영동의 성실한 훈련 태도와 열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훌륭한 견제 세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타격 훈련을 마친 양영동은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처음에 불안했던 마음이 일단 편해졌다. 이제는 적응해서 알고 하니깐 좋은 것 같다. 안정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독님 말씀 들으면 항상 동기부여가 된다. 잘 하고픈 마음이 크다. 사실 힘들 때 방에서 자고 싶고, 눕고 싶지만 움직이려 한다. 방망이를 잡는다"며 지난 120여일 기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돌이켰다.
"얼마 전 두 손바닥에 물집이 안 잡혀서 있어 내가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양영동. 그날부터 또 다시 양손에 물집이 잡혀서 아픔 가운데서도 통증이 없도록 희열로 버티고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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