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제1기 전문기록원 과정을 마치며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2.17 10: 36

서울대학교에서 4주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베이스볼 아카데미 전문기록원 과정(제1기)이 지난 2월 13일 수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폭설과 칼바람 그리고 계속되는 한파 속에서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었지만 야구기록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 하나로 주말마다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뿜어내는 배움에 대한 열의는 매서운 한기를 녹이고도 남음이 있었다.
처음 기록학교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예정된 일정을 끝까지 소화해낼 참가자가 과연 얼마나 될는지 확신이 서질 않아 불안스러운 마음이 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주차가 늘어날수록 그러한 불안감은 봄 눈 녹듯 스러져갔다.

50명의 한정된 인원만을 추려야 하는 제약 속에, 접수 당시 참가신청자의 폭주로 전문기록원 과정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복권(?)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눈빛들이 참가자들의 면면에 가득해 보였다.
“지명타자는 한 타석을 반드시 완료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비 측이 1회초부터 아직 한 타석도 완료하지 않은 지명타자를 투수나 수비수로 내보내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려면 지명타자 타순에 들어가서 타격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엉뚱한 자리에 들어가 타격을 하면 부정위타자로 보아야 합니까, 아니면 부정선수로 보아야 합니까?”
“무사 1, 3루 상황에서 2루도루를 성공시킨 1루주자가 다른 주자에 대한 수비측의 플레이를 이용해 계속해서 3루까지 진루했다면 규칙에 따라 도루 2개가 주어져야 옳지 않나요?”
“2사 3루, 타자의 볼카운트 2-1에서 3루주자가 홈스틸을 시도해 홈으로 뛰어들었는데, 발이 워낙 빠른 주자가 투수가 던진 투구에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몸에 직접 맞았다면 도루와 득점이 인정되나요?”
“2사 만루 때 끝내기 홈런을 친 타자가 2루를 공과해 어필아웃 되었다면 스코어처리가 3-0이 맞나요, 아니면 1-0이 맞나요?”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매번 어김없이 난제를 들고 기록원들에게 다가와 던져대는 수강생들의 질문 수위가 여간 높은 것이 아니었다. 20년 안팎의 경력에 1500경기 이상의 출장 경기수를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 급 공식기록원들이 강사로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뜻밖의 질문에 대해서는 바로 답을 내지 못하고 장시간 머리를 싸매야 했던 경우도 상당수였다.
플레이에 관한 일정한 형식과 틀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프로야구와는 달리 사회인야구에서는 의외성 플레이가 속출하고, 고민스러운 생각을 요구하는 장면들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사실 야구규칙과 관련된 공부꺼리의 소재들은 오히려 프로보다는 사회인야구 쪽에서 건질 부분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전문기록원 과정 개설취지가 프로와 아마를 포함한 사회인야구에 이르기까지 현역 공식기록원들과 기록원 지망생들의 업무능력을 배가시키고, 기록능력 향상에 따른 기록자료의 신빙성과 가치를 높여 어느 분야이건 누가 봐도 신뢰할 만한 틀과 내용이 충실한 야구기록자료를 만드는데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프로 공식기록원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수강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임은 자명하지만, 반대로 사회인야구 쪽의 경험이 풍부한 수강생들의 질문과 여러 사례들 역시 프로 기록원들로서도 결코 가벼이 흘려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자료이자 내용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모양새는 강의를 하는 쪽과 수강을 받는 쪽의 전형적 수업형 관계였지만 내면에 있어서는 어느덧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상생의 관계가 은연중에 형성되어 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전문기록원 과정의 수업분위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했을 때 좀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 외부적으로 야구를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새로운 시야를 제시해준 최의창(서울대 교수)님과 야구통계자료의 가치와 활용 및 맹점에 관한 내용을 짚어준 박일혁(서울대 교수)님, 그리고 프로야구 공식기록계의 선배로서 야구의 기원과 규칙역사의 변천 및 그 오류를 다룬 박기철(스포츠 투아이 전무)님과 야구 주관기관 단체별 기록의 특성을 알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이선이(국민생활체육회 기록이사)님의 야구얘기 또한 이번 과정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고 내실 있게 다져준 요소들로 수강생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이야기 발전 전개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처음 시행된 금번 전문기록원 과정에 뜨거운 호응과 성원을 보내주신 관계자 및 참가자 분들의 격려와 채찍을 발판 삼아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 진일보한 기록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한 과제이자 의무일 것이다.
끝으로 사랑하는 야구와 기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과정 수료자 어느 한 사람 감사하지 않은 분이 없지만, 특히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4주에 걸쳐 8일간이나 바다 건너 제주와 멀리 부산, 대구를 비롯한 각 지방에서 단 하루의 빠짐도 없이 수강을 위해 긴 시간과 고비용을 들여가며 꼬박꼬박 참석해주신 지방참가자 분들께는 이 기회를 빌어 보다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사진>전문기록원 과정을 수료한 참가자들과 강의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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