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야구를 준비하는 과정은 곧 실수를 줄이는 과정과 같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평범한 뜬공과 땅볼 처리에도 수많은 반복 연습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 그래서 모든 팀들이 기본을 지키기 위해 수비강화를 외친다. 안정된 수비는 곧 좋은 성적의 기반이 된다. 수비가 좋지 않은 팀은 절대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야구의 절대불변의 진리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해 프로야구 순위를 보면 의아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최소 수비실책을 기록한 팀이 아이러니하게도 최하위 한화였다. 133경기에서 실책 80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한화의 수비가 뛰어나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지난해 우리팀이 실책수는 적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어이없는 실책이 많았다. 그 때문에 경기를 많이 놓쳤다"며 뒷목 잡는 시늉을 했다. 이른바 '클러치 에러'가 많았다는 뜻이다. 한화의 경기는 때로 류현진이 지배하고, 때로 클러치 에러가 지배했다.
지난해 한화는 실책 80개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무려 10개가 곧 결승점으로 이어진 뼈아픈 실책이었다. 특히 주전 2루수 정원석은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강정호(넥센)·오지환(LG)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클러치 에러 숫자였다. 한화의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진 경우는 56차례. 무려 7할이 되는 실책 실점 확률에서 나타나듯 투수들이 야수들의 실책에 많이 흔들렸다. 한화는 실책을 한 52경기에서 11승41패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올해 한화 마운드가 좋아졌다지만 수비강화 없이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한화뿐만이 아니다. KIA·LG·넥센 등 4강에서 탈락한 팀들은 하나같이 클러치 에러가 많았다. KIA는 지난해 실책수는 86개로 밑에서 3번째로 적은 팀이었다. 하지만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책 23개 저질렀다. 리그에서 4번째 적은 90개 실책을 기록했던 LG는 결승점으로 이어진 실책이 9개로 3번째 많았다. 특히 오지환이 저지른 7회 이후 3점차 이내 5개의 실책은 모두 실점으로 연결돼 아픔이 두 배였다. 넥센은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23개로 KIA와 함께 두 번째로 많았고, 결승점으로 연결된 실책도 10개로 한화와 가장 많은 팀이었다.
반면 SK·삼성·두산 등 상위 팀들은 클러치 에러가 적었다. 특히 삼성은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실책이 단 11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체 실책이 92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많았지만 삼성의 경기가 안정적으로 느껴진 이유다. SK도 7회 이후 3점차 이내에서 실책이 18개로 두 번째로 적었고 두산은 결승점으로 이어진 실책이 5개로 삼성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실책을 한 경기에서 승률이 5할을 넘는 팀은 SK·삼성·두산뿐이었다. 단순히 팀 승률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4위 롯데도 5할 승률을 넘겼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해 롯데는 102개로 실책이 가장 많았으며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실책도 32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기혁·강민호·이대호가 7회 이후 3점차 이내에서 실책 4개씩 저질렀다. 실책한 69경기에서 26승40패3무로 승률이 3할7푼7리에 불과했다. 실책만 줄였다면 롯데의 순위는 조금 더 위에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롯데의 올 시즌은 흥미롭다. 검증된 중견수 전준우를 3루로 돌렸으며 홍성흔을 외야수로 기용할 방침이다. 황재균도 익숙한 3루 대신 유격수로 돌아서고, 수비가 불안한 김주찬과 손아섭이 외야의 좌우를 차지한다. 승부처에서 클러치 에러를 방지하기 위한 양승호 신임감독의 적절한 선수교체 타이밍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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