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성호, "대전 복귀 이유는 약속 때문"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2.19 08: 00

"일본에서도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전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약속이었다".
 
남해에서 전지 훈련 중인 대전 시티즌의 '주장' 박성호(29)의 발언은 예상 밖이었다. 그가 대전으로 돌아온 것은 일본 J리그 베갈타 센다이에서 반년 동안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성호의 얘기는 달랐다. 박성호가 J리그에서 남긴 기록은 11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이 전부. 겉만 본다면 만족스러운 활약은 아니다. 그러나 박성호의 영입으로 강등이 걱정되던 베갈타 센다이가 생존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박성호는 "일본 시절이 만족스럽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합류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는 자부심은 있다. 아쉬운 것은 내가 출전할 때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임대 선수라는 한계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반 년을 돌이킬 때 가장 아쉬운 대목은 작년 7월 24일 알비렉스 니가타와 데뷔전. 이 경기에서 박성호는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2-3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팬들의 관심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니가타의 마르시오 리샬데스에게 돌아갔다. 리샬데스의 해트트릭은 페널티킥과 프리킥 그리고 코너킥으로 완성돼 더욱 돋보였다.
데뷔전의 아쉬움이 박성호의 일본 적응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다. 다음 경기였던 히로시마전에서도 도움을 기록했지만 이번에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종료를 불과 3분 남기고 터진 자책골이 문제였다. 가와사키전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펼쳤지만 또 2-3으로 역전패했다. 박성호의 자신감도 흔들렸다.
박성호는 "내 잘못은 아니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하니 출전이 불규칙했다. 물론, 나에게 아쉬움 점도 있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가 팀에 녹아들기를 바라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차이를 4개월 만에 극복할 수는 없었다. 그 때부터였다. 일본을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얄궂은 것이 인생이다. 박성호가 일본에서 떠날 결심을 하자 다른 구단에서 그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완전 이적은 아니었지만 재임대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다. 최소한 일본행이 실패가 아니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성호는 일본을 남지 않고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성호는 "일본으로 떠날 때 김광석 전 사장님이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대전에서 뛰어달라고. 나도 그 약속을 받아들였다. 그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떠날 수 없었다지만, 일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대전으로 돌아간다니 마음이 편해졌다. 대전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유계약선수(FA)를 마다하고 재계약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성호가 돌아온 대전은 그리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우승제, 권집, 양동원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특히 대전에서 오랜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던 우승제의 수원행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는 내심 우승제가 올 시즌 대전의 주장을 맡으리라고 믿던 터였다. 그러나 우승제가 떠난 대전에서 주장을 맡을 선수는 박성호뿐이었다.
박성호는 "우리 팀에서 필드 플레이어로는 내가 최고참이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의논할 동료가 필요한데 지금 우리 팀은 너무 어리다.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과도 대화가 필요한데 나도 아직 여유가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주장을 맡았으니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박성호는 대전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기는 없다는 생각이다. 왕선재 대전 감독이 '긍정의 힘'을 외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약팀도 충분히 강팀을 잡을 수 있다는 축구의 미학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의 초점은 '디펜딩 챔피언' FC 서울과 홈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박성호는 "돈이 없는 팀은 없는 속에서도 준비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약팀의 희망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안방에서 내주는 쉽게 승리를 내주는 팀은 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서울은 나에게 친정팀이다. 후회가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남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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