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빠진 대학 졸업식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2.18 18: 11

취업 못한 졸업생 불참 많아 썰렁…취업 준비 위해 휴학도 불사
[이브닝신문/OSEN=김미경기자] # 서울의 한 대학 예비졸업생인 장모(27)씨는 22일 있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 줄줄이 공채면접에서 떨어진 김씨는 졸업식 대신 서류전형에 합격한 중소기업 면접준비를 하기로 맘먹었다. 학과 동기생 대부분도 이미 지난 학기에 휴학한 상태고 취업한 동기생 몇 명을 제외하곤 졸업식에 불참하는 분위기다.
 
# 지방대학 학생에게 졸업식은 더욱 껄끄럽다. 졸업생 문모(28)씨는 “15일 졸업식에 50여명의 과동기생중 20여명만이 참석했다”면서 “취업난으로 대학가에서 낭만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고 졸업식마저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연간 10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도 16일 서울지역 한 대학가의 졸업식 풍경은 김씨의 말처럼 쓸쓸했다. 일부 졸업생들은 학사모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지만 강당 맞은 편 건물 취업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도 적지 않는 듯했다. 센터 앞에는 학사모를 쓴 채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으려는 학생들이 줄지어 있기도 했다. 취업게시판 앞엔 메모지를 들고 관련정보를 적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년실업난이 가중되면서 취업을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 취업전문업체의 설문에 따르면 예비 졸업생 중 40%만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4명(37.2%)정도는 졸업식에 불참계획을 밝혔다. 이들 미취업 졸업생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어 졸업식은 피하고 싶은 날이 된 셈이다.
대학 졸업생들은 학교근처를 배회하는 분위기다. 학교와 사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번에 졸업하는 양모(27)씨는 “취업을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처럼 지내고 있다”며 “졸업 동기생 대부분이 취업에 실패해 도서관에 모여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취업전망으로 졸업 대신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휴학계를 낸 4학년 이모(26)씨는 “취업을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졸업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취업 준비 시간을 더 벌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다”고 토로했다.
졸업식 참여가 저조하자 대학들도 발벗고 나섰다.
S대학 한 조교는 “졸업생 지정 좌석제를 실시하는가하면 졸업 예정자에게 문자나 전화를 걸어 졸업식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여년전 대학을 졸업한 서모(49)씨는 “예전엔 졸업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의미가 커서 온가족·친지들이 참석해 축하했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도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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