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승현(26)의 별명은 '스피드 레이서'다. 그만큼 빠르다.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떤 상대와 만나도 스피드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이승현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 청구고 시절 '박선생' 박주영(AS 모나코)과 함께 듀오를 이루면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였다. 2003년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고교축구대회서 12골을 터트린 박주영이 득점왕에 올랐을 때 이승현은 7골을 넣었지만 최우수선수상을 탔다.
2005년에는 U-20 청소년 대표였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대표팀에 선발되어 나갔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현지 적응훈련을 위한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고 2010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서 프로 데뷔 후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황선홍 전 감독 부임 후 이승현은 오히려 외부에서 평가가 더 높았다. 전북으로 이적한 이승현은 자신에게 걸린 기대를 더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전북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프로 데뷔할 때 경기에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다시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때의 각오를 다시 되새기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O형의 이승현은 낙천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성격을 고치고 싶어한다. 특히 경기장에서 모습은 완전히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최강희 감독과 면담을 가지고 나서 자신이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 감독도 이승현의 기량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지 않지만 낙천적인 성격 대신 터프한 파이터의 기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천적인 성격입니다. 하지만 그라운드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상대와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상대를 쓰러트리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9년 전북의 우승을 이끌어냈던 최태욱(서울)과 비슷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치는 이승현에 대해 최강희 감독도 분명 기대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원하는대로 이승현이 변한다면 측면에서 그만큼 활약을 펼칠 선수가 없다는 것.
"감독님께서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 보다는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문제점을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 하는 것을 더욱 잘 한다면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서 플레이와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빠른 스피드를 가진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독님도 (최)태욱이 형과 비슷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태욱이 형이 전북과 서울에서 일궈낸 것을 저도 꼭 전북에서 얻고 싶습니다".
이승현은 전북에서 또 새로운 것을 느꼈다. 브라질 전지훈련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이승현은 얼마 전 팀에서 마련한 산악인 엄홍길 씨의 강연을 듣고 팀 플레이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고독한 싸움으로 보이는 등산도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강의 내용은 이승현에게 빠른 적응으로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친구인 (박)주영이가 잘 되는 것이 기쁩니다. 하지만 분명 저도 저만의 장점을 만들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회를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프로에서 경험하지 못한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팀에 보탬이 되서 우승을 하겠습니다".
10bird@osen.co.kr
<사진> 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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