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난 행운아, 천천히 가도 가지더라" [인터뷰]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1.02.19 10: 18

배우 진구(31)가 영화 ‘혈투’로 돌아왔다. 영화 ‘마더’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생애 처음으로 밟고 그 해 국내영화제의 남우조연상을 휩쓴 지 꼭 2년만이다.
영화 ‘혈투’에서 진구는 몰락한 양반가의 자제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죽마고우였던 헌명(박희순 분)이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아는 그 때부터 그 진실을 캐기 위해서 살벌한 눈빛을 번뜩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가로채갔다고 생각하는 박희순과 키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준 아버지를 향해 등을 돌린 사실에 분노하는 진구가 극의 대립을 이루며 팽팽한 긴장감을 전하고 있다.
순제작비가 19억원인 영화 ‘혈투’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이견이 없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호평은 배우들의 연기력. 박희순과 진구 그리고 고창석, 이 주연 배우 세 사람의 팽팽한 긴장과 살벌한 눈빛 연기와 뿜어져 나오는 내공, 여기에 숨 막히는 액션까지 어우러지며 저예산 영화에서도 연기파 배우들의 아우라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영화 ‘마더’에서 보다 한층 더 깊어진 눈빛과 내공으로 스크린을 휘어잡고 있는 진구와 만났다.

- 영화 ‘혈투’ VIP 시사회에 많은 지인들이 참석했다. 주변 반응은.
▲이병헌 선배님은 ‘마더’를 보시고 나서는 연기에 대해서 되게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 이후에는 연기에 대한 말은 안 하신다. ‘영화 잘 봤다’ ‘고생했겠더라’ 등의 말씀 정도만 해주신다.
▲봉준호 감독님이 오셨는데, 봉 감독님은 보통 저를 ‘섹시한 구’라고 부르신다. 영화 ‘혈투’의 코멘터리에서도 “넌 조선복을 입혀놔도 섹시하더라”라고 말씀해주셨다. ‘섹시하다’는 말은 아직도 민망하다. 
- 영화 ‘혈투’에서 그 동안 숨어 있었던 미모가 빛을 발한 것 같다. 박희순 고창석 사이에서 꽃미남 연예인의 아우라가 스크린에 뿜어져 나왔다. ‘연기파 배우’의 수식이 있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큰 반전이다.
▲모니터하면서 저도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얼굴에 선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머리를 기르니까 멋있네 하면서 길러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재미있었다(웃음). 촬영, 조명 감독님이 공을 많이 들여 주셔서 화면에 잘 나온 것 같다.
- 박희순 고창석 등의 배우들과 조화는 물론 스태프들과도 그렇고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들었다.
▲촬영장 가는 게 너무 즐거웠다. 물론 모든 영화의 촬영장 가는 것은 늘 즐겁기는 하다. 하지만 ‘혈투’는 정말 좋았다. 이런 조합으로 죽기 전에 한 작품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좋았다. 보통 영화 촬영장에는 웬만한 욕쟁이가 한명은 있고, 성격파가 한명은 있고, 까칠한 공주님 한 분 계시고 그렇다. 그런 현장을 많이 봐왔는데 이번 현장에는 다들 ‘소’ 밖에 없었다. 자기 일들만 열심히 하고 묵묵히 참았다. 너무 열심히 목장에서 일하는 순한 소떼들 사이에서 일한 느낌이다. 
- 술자리도 많았을 것 같다.
▲어마어마했다(웃음). 저는 거의 매일 먹었다. 박희순, 고창석 선배님은 격일제로 드셨다. 저는 오늘은 고창석 형이랑 먹으면 다음 날은 희순이 형이랑 먹고 그랬다.
- 극중에서 도영의 캐릭터를 잡는 게 어려웠을 것 같다. 헌명에 비해서 설명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두 사람의 우정도 그렇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도영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에 대한 부분의 설명도 별로 없다.   
 
▲도영을 연기하라고 했을 때 너무 무서웠다. 그건 너무 어렵고 무서운 작업이었다. 회상이라든지 이유가 없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 감독님이 ‘하고 싶은 데로 해’라고 말할 때 가장 어려웠다. 저랑 도영이랑 비슷한 부분을 찾으며 연기를 했다. 이기적인 부분이 비슷하다. 남한테 피해를 안 주는 줄 착각을 하고 산다. 내 한마디 말로 저 사람이 상처 받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게 좀 비슷했다. 무엇보다 연기를 할 때는 박희순 고창석 감독님 세 분이 믿음을 주셨다. 박희순 고창석 선배님이 무언의 서포팅을 계속 해주셔서 무사히 촬영이 마무리된 것 같다.
- 올해는 황정민 김민희와 주연을 맡은 영화 ‘모비딕’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꾸준히 좋은 작품에서 임팩트 있는 역할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저 감독 아니면 안 찍어’ ‘책이 후져’ ‘돈을 조금 줘’ 등 여태까지 이렇게 찡찡되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사람은 연기를 하면서 죽을 때까지 되고 싶지 않다. 안 찡징되니까 사람들이 작던 크든 좋은 역을 주는 것 같다. 예전에는 책을 훔쳐보고 ‘오디션 언제 보나요?’라며 작은 역할이라도 달라고 졸랐는데 지금 출연 제의가 온다는 것만으로도 좋고 행복하다.
- 앞으로 배우로서의 포부는. 
▲저는 행운아인 것 같다. 천천히 가도 가진다. 연기의 종점은 없는 것 같다. 연기를 한다는 것이 종점까지의 최단시간을 재고 그런 것이 아니다. 연기의 끝, 정점을 찍었다라는 평가가 현재 살면서 연기를 하면서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천천히 가고 싶다. 천천히 가면서 경치도 보고 좋은 사람 있으면 이야기도 나누고 술잔도 기울이고 그랬으면 좋겠다. 
crystal@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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