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의 힘겨운 좌익수 적응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1.02.19 15: 41

"앗! 저런~".
19일 미야자키현의 사이토시에 있는 사이토 야구장. KIA와 야쿠르트 2군의 연습경기가 낮 12시30분부터 펼쳐졌다. 선발라인업 가운데 눈에 띠는 대목은 좌익수 포지션에 들어앉은 김상현. 이범호의 영입과 함께 포지션을 내주고 좌익수로 변신했다.
줄곧 내야수만 해왔던 김상현이 늦은 나이에 외야수 전향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자신의 텃밭을 내주는 심정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조범현 감독이 직접 불러 이야기 했고 황병일 수석코치도 따로 상담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줘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은 남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심정으로 생소한 세계를 적응하려니 어려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김상현은 이날까지 청백전 2경기 포함 5경기 모두 선발 좌익수로 출전했다. 김상현을 어떡하든 좌익수로 쓰고 싶은 조범현 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 그래야 타선 운용의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앞선 4경기에서는 불안한 측면도 있었지만 큰 실수없이 좌익수 수비를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날은 수비에서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1-0으로 앞선 2회말 수비에서 2사후 야쿠르트 9번좌타자 온자키의 타구가 좌익수 김상현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바깥쪽(왼쪽 선상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성 타구였다. 김상현은 앞으로 달려가다 의외로 뻗어나갔고 휘어지자 그만 만세를 불렀다. 판단실수로 2루타로 돌변했고 실점위기를 맞이하는 결과가 나왔다.
해태시설 명중견수로 이름을 날린 이순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특유의 어조로 "외야수에게 타구 판단, 특히 정면타구 판단이 어렵다. 직선타구로 쭉쭉 뻗어갈 수도 있고 이번처럼 휘어질 수도 있고, 막혀서 뚝 떨어질 수도 있다. 외야경력이 짧은 김상현에게는 어려운 타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는 뜨는 볼은 쉽게 잡을 수 있지만 한 두개씩 어려운 타구들이 있다. 이럴때 외야수가 실수하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진다. 경기 흐름이 끊기고 투수들이나 야수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간다. 더욱 문제는 본인이 미안해서 플레이가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실수의 후유증이 크다는 것이다.
김상현은 실수도 했지만 호수비도 펼쳤다. 6회말 수비 2사2루 위기에서 좌익수, 유격수, 중견수 사이에 떨어진 안타를 잽싸게 잡아 홈을 파고들던 주자를 빨랫줄 송구로 잡아냈다. 동료들의 화이팅을 받으며 그나마 굳어진 얼굴이 그제야 펴졌다. 그러나 타자로 나서 병살타 포함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수비와 타격 모두 힘겨운 하루를 보낸 셈이다.
김상현은 경기후 자신의 플레이가 맘이 들지 않았는지 "잘 못하잖아요. 언제가는 잘 되겠지요"라며 한숨을 지었다. 조범현 감독은 "송구 능력은 갖췄다. 경기를 많이 하다보면 적응이 될 것이다"고 평가를 대신했다. 힘겹게만 보이는 김상현의 좌익수 적응기가 앞으로 어떻게 쓰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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