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라디오에 사연이 하나 들어왔다. 그 사연은 이랬다. '저에게는 하나뿐인 소중한 오빠가 있습니다. 가끔은 저를 괴롭히고 쌀쌀 맞은 오빠지만 항상 속 깊고 안 해줄듯 다 해주는 오빠입니다. 그래서 오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이렇게 사연을 남깁니다'.
'저희 오빠는 야구선수인데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도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고된 훈련과 연습을 해요. 오빠는 2009년에 프로선수가 됐습니다. 오빠는 자랑스럽게도 프로야구 선수가 됐지만 2년 동안 2군에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20일 1군에 등록됐습니다. 오빠가 마운드에 섰을 때 팬들께서 오빠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오빠가 경기를 잘 마무리짓는데 전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지더라구요. 고생했던 일을 이젠 뒤로 하고, 훌륭한 야구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빠, 사랑해!'.
그 사연의 오빠. 바로 한화 3년차 우완 투수 장민제(21)였다. 올해 장민제는 한화에서 주목받는 투수다.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하는 한화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 여부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민제는 1년 후배 안승민과 함께 팀에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유망주. 지난 2년간 2군에 머물러있었지만 지난해 막판 처음 1군으로 올라와 안정된 피칭으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특히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해 9월25일 문학 SK전에서 김광현과 선발 맞대결에서 5이닝 1실점이라는 기대이상 피칭을 펼쳤다.

1군 데뷔 첫 해 1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4.41. 시즌 종료 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45로 팀 내 투수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에 이어 하와이 스프링캠프까지 쭉 상승세를 이어간 장민제는 지난 19일 LG와 연습경기에서도 선발등판해 3이닝을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7km였지만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로 맞춰잡는 피칭을 펼쳤다. 한대화 감독도 "장민제가 잘 풀어줬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난 2009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차 3번 전체 2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장민제는 올해로 3년차가 됐다.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는 "지난해 막판 1군 무대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계속된 훈련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웃어보였다. 하와이에서 치러진 자체 평가전에서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2km까지 찍혔다. 비교적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장민제는 여동생의 라디오 사연이 화제가 된 것에 대해 쑥스러워했다. 그는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웃으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동생인데 오빠라고 많이 신경써준다. 동생을 위해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올해는 동생을 위해서라도 야구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여동생 말대로 장민제는 야구밖에 모르고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께도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장민제의 말이다.
장민제는 "과분하지만 5선발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는 류현진과 훌리오 데폴라를 제외하면 정해진 선발투수가 없다. 몇몇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선수가 선발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장민제도 당당히 선발 후보 가운데 하나다. 그에게 5선발은 절대 과분하지 않다. 하나뿐인 여동생은 지금도 자랑스런 오빠의 더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