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상태 OK" 이여상, 부상 불운 딛고 날갯짓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20 08: 00

어느날부터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군대를 갔다는 소문들도 나돌았다. 하지만 그때 그는 극심한 통증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통증과 씨름하며 아픔을 참아야 했다. 인고의 세월을 뒤로 한 그는 이제 비상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 5년차 내야수 이여상(27) 이야기다.
▲ 부상에 운 남자
지난해 이맘때 이여상은 전경기 출장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2010년 이여상의 출장경기수는 고작 14게임. 6월6일 대전 두산전을 끝으로 더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극심한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이여상은 "허리 통증이 심했다. 참고 뛰어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4월17일 청주 넥센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통증이 더욱 악화됐다. 허리 통증은 온몸을 괴롭혔다.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고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몸이 제 몸 같지 않았다. 결국 이여상은 방망이와 글러브를 놓고, 허리 통증과 씨름해야 했다.

이여상은 "그때 군대 갈 마음을 먹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만큼 허리 통증이 심각했고 당장 뛸 수 있다는 의지마저 사라져가고 있었다. 결국 9월에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자연스럽게 병역 면제를 받았다. 그는 "다른 것도 아니고 야구를 하다 다친 것"이라며 숨기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군 면제가 된 것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통증과 싸워 온 이여상에게는 통증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이미 1년 전에도 그는 부상으로 운 적이 있었다.
이여상은 2009년 막판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오른쪽 손목이 강타당하는 불운을 입었다. 손목에 철심을 박는 큰 부상이었다. 지금도 이여상의 오른쪽 손목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여상은 "잘 해보려고 해도 부상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동안 계속된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한창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할 그때 억누르는 마음을 꾹꾹 가둬가며 재활에 몰두했다. 그렇게 이여상의 2년이 흘러갔다.
▲ 부상을 극복한 남자
전지훈련에 포함된 한화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지난 18일. 대전구장에서는 잔류군이 남아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이여상이 있었다. 다른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이여상은 "몸이 아프지 않으니 이렇게 똑같이 훈련하고 있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며칠 전 눈이 오는 데에도 배팅훈련을 했다. 비록 전지훈련을 가지 못했지만, 여기에서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오히려 전지훈련에 가면 페이스 조절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이곳에서 내 페이스에 맞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여상은 "수술을 받은 뒤 최소 6개월은 재활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4개월만에 허리 상태가 거의 회복됐는데 의사 선생님도 많이 놀라셨다. 예전 손목도 그렇고 다친 곳이 빨리 낫는 편"이라며 "사실 몸에 좋은 걸 많이 먹었다.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좋은 것을 직접 구해다 주셨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몸 상태를 고려해 많이 배려해 주신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허리 보강운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독한 재활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괴물 같은 회복 속도를 보이기 어렵다.
 
이여상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타격이든 수비든 몸만 좋다면 문제없다"며 "다음달 시작되는 시범경기에는 1군에 합류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를 바라보는 잔류군 코칭스태프도 흐뭇한 표정이다. 정영기 2군 감독은 "여기있는 잔류군 선수 중 1군으로 올라갈 1순위 선수"라며 "몸을 잘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이여상은 "그동안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올해는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돼 꼴찌를 하지 않게 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이여상도 부상에 지쳤고, 팀도 2년 연속 꼴찌했다.
▲ 보답해야 할 남자
이여상은 한대화 감독에게 빚이 있다. 동국대 시절 한대화 감독과 처음으로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이여상은 졸업 후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됐다. 그때 그를 거둬들인 게 한 감독이었다. 삼성 수석코치 시절 구단에 추천해 이여상을 신고선수로 입단시켰다. 인연은 동국대와 삼성에 이어 한화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여상은 "다른 누구보다도 한대화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해 감독님이 처음 부임했을 때에도 힘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 올해는 꼭 감독님께 힘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여상에게 한 감독은 "계속 아플거면 군대나 가라"고 농담하지만 대학시절부터 겪은 스승의 마음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한 감독은 이종두 수석코치를 통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잘 만들어 놓을 것을 당부했다. 이종두 수석코치 역시 삼성 시절 이여상을 직접 가르친 인연이 있다. 이여상은 "인연이 있는 분들이 지금 팀에 많이 계신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야 경쟁이 치열한데 실력으로 자리를 꿰차야 한다. 실력이 좋으면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대전 잔류군에는 신고선수가 많이 있다. 이여상 역시 프로에서 지명받지 못해 신고선수 신분으로 프로에 발을 디뎠다. 신고선수들에게 이여상은 하나의 롤 모델이다. 그는 "지금 여기 있는 선수 중에서 거의 고참급이다. 나 역시 신고선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남들보다 열심히 그리고 많이 훈련할 것을 주로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그런 이여상에게 있어 2011년은 부상 불운을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어야한다. 이여상은 "잔류군에 있는 만큼 독기도 많이 생긴다. 힘들수록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제 그에게 시련은 다 지나갔다. 시련을 이겨낸 힘과 단호한 결의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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