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외부에서 자신으로' 중심 이동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2.20 08: 02

"감독에게 보여주거나 4번을 치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전혀 없다".
외부가 아닌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릭스 이승엽(35)이 주변 상황에 휘둘리기보다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가는 모습이다.
19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출장한 이승엽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긍정적인 포부를 밝혔다. 오릭스 이적 후 첫 안타를 날려 홀가분한 마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말 속에서는 이번 캠프 포함 비시즌을 자신의 내면을 다지는데 시간을 보냈다는 인상이었다.

이승엽은 "감독에게 어필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스윙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실전 감각이 100%가 아니다.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높이고 싶다. 그래서 개막전까지 완벽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감독에게 어필하려고 하거나 4번 타자를 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정말 전혀 없다"고 재삼 강조했다.
게임이 가능한 몸 상태지만 실전 감각을 강조한 이승엽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것을 가다듬어야 한다"면서도 "이 시점에서는 너무 만족스럽다. 경기를 하면서 내가 가진 스윙을 하고 시즌을 위한 100%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그동안 이승엽은 슈퍼스타답지 않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컸다. 이 때문에 항상 주변 상황에 대해 맺고 끊음이 없다는 평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요미우리에서 부진할 때는 너무 많은 주변인들의 조언에 자신의 중심을 세우는 것이 힘들었을 정도다.
이제는 되든 안되든 자신을 믿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보인다.
이승엽은 감독이 홈런 40개를 기대한다는 말에 "10개, 20개, 30개를 쳐야 40개도 칠 수 있다"면서 "투수의 볼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볼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렸다 오는 볼을 치는게 우선"이라고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또 이날 2-0으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친 안타에 대해서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친다는 각오다. 몸을 빼지 않고 공이 가는 방향대로 잘 쳤다"고 자평했고 한일 통산 500홈런 목표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500홈런과 2000안타를 목표로 삼았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활짝 웃기도 했다.
타순에 대해서도 "4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고 "포크볼이나 원바운드된 유인구에 원하지 않을 때 나가지 않아야 하는 부분은 아직 부족하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스윙 매커니즘도 "몇년간 나쁜 버릇이 있었다. 손에 힘을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의 의식을 줄이다 보니 자신감도 커져가고 있다. 이승엽은 "몸은 운동을 많이 해서 힘들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다"면서 "못쳐도 주위에서 많은 격려를 해주신다"고 오릭스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의식을 최대한 줄인 이승엽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올 시즌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승엽의 경기를 지켜 본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정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지금 보니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좋지 않았던 주변 상황을 정리한 만큼 이제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 믿는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letmeout@osen.co.kr
 
<사진>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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