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SK 우완 투수 윤희상(26)이 2011시즌 새롭게 변했다.
20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가와 구장에서 훈련 중이던 윤희상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평소 쾌활한 성격 때문에 훈련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다. 그렇기에 최근 덤덤해진 얼굴은 여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윤희상은 "야구가 새롭게 보인다"고 밝혔다. 윤희상에게 있어 이번 캠프의 키워드는 '깨달음'이다. "벌써 8년차다. 동기생인 임훈과 정우람은 어느덧 팀의 주축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윤희상은 "하지만 나는 아직 1승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선린인고 졸업한 윤희상은 SK 2차 1번(전체 3번)로 지명, 2억 원의 계약금을 받을 만큼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윤희상은 8년 동안 19경기 출장에 그쳤고 통산 3패만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할 성적이 없던 윤희상은 2007년 입대했다. 2006년 6월 오른 어깨 슬랩 수술 후 재활에 나섰지만 호전되지 않자 공익근무를 결정한 것이었다. 윤희상은 2009년 4월 공익 근무 후 제대, 팀에 복귀했으나 1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미 정상급 마운드를 꾸린 SK 투수진에 윤희상의 자리를 없었다.
작년에도 4경기 출장에 그친 윤희상은 "동기들을 보면 1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전에는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내가 야구선수였지만 공익근무를 하면서야 비로소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윤희상은 "야구를 자꾸 보니까 야구가 하고 싶어지더라. 그러면서 팀에 복귀해서 마운드에 오르면 이렇게 던져야지 저렇게 던져야지 하면서 뭔가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마무리 캠프 33일, 한국에서 보낸 기간은 딱 5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오키나와 캠프에 돌입한 상태.
"제대 후 마음에 여유가 생겼지만 상대적으로 1승을 간절히 원하게 됐다"는 윤희상은 "20~21살 때 멋모르고 조급한 마음에 했던 야구보다는 분명히 진지해졌다"고 강조했다.
윤희상은 "1승이 내게는 뭔가 계기가 될 것 같다. 1승만 하면 많은 것 바뀔 것 같다. 그동안 계속 품고 있던 패배의식에서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 때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집중해서 훈련하는 길 밖에 없다. 내가 머릿 속에 그렸던 장면을 현실에서 이뤄보고 싶다"고 웃었다.
윤희상이 추구하는 야구는 분명하다. "힘보다는 영리하게 야구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구부터 좀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 스피드와 더불어 볼끝을 살릴 수 있게 노력 중이다"는 윤희상은 "이번 캠프 때 최일언 코치님께 커브와 역회전 싱커를 배웠다. 직구와 슬라이더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제 실전에서 쓸 수 있도록 갈고 닦는 일만 남았다"고 다짐했다.
윤희상에 대한 김성근 감독의 평가는 어떨까. 김 감독은 윤희상에 대해 "작년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느낌이다. 스피드도 147km까지 나왔다"면서도 "아직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일단 평가를 보류한 상태다.
"야구가 점점 진지해진다"며 이제 야구의 맛을 알게 된 윤희상이 남은 캠프 기간 동안 김 감독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사진>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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