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분석야구] 2011시즌 용병 '기회 비용'은?① 한화, 넥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2.21 07: 12

기회비용(機會費用)=어떤 재화의 여러가지 종류 용도 중 어느 한가지 만을 선택한 경우, 나머지 포기한 용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평가액
 
대부분의 사람은 양자택일의 선택 이후 자신이 포기한 가치가 더 컸을 때 아쉽다는 생각을 갖게 마련입니다. 때로는 경기 하나에 인간의 삶이 투영되는 야구에서도 이 이치는 유효합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선택에 있어 이는 구단에 웃음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고배를 마시게 하기도 합니다. 국내 선수들로 팀을 꾸렸을 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외국인 선수로 보완한 지 어느덧 13년이 되었고 또 그들이 좋은 활약으로 '우승 청부사'가 되는 경우가 워낙 많았으니까요.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시기지만 새롭게 선택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기대치를 전임 선수들의 2010시즌 성적을 토대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시즌이 끝난 후 새 외국인 선수들이 어떤 성적으로 팀에 공헌하고, 또 아쉬움을 곱씹게 할 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 한화-호세 카페얀+프랜시슬리 부에노 OUT 오넬리 페레즈 IN
 
2년 연속 최하위 굴욕을 맛본 한화 이글스는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훌리오 데폴라와 재계약하고 오넬리를 영입했습니다. 187.8cm 108cm로 당당한 체구를 지닌 오넬리는 팀에서 일찍이 마무리감으로 생각하고 데려온 투수로 양손 손가락 6개라는 특이 사항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알려진 정보가 그리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461이닝 동안 475개의 탈삼진을 뽑아냈고 가장 최근 성적인 도미니카 윈터리그서는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1.15에 15이닝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네요. 일단 구위가 좋은 투수임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한대화 감독은 마무리감 오넬리의 영입에 대해 "선발진 안정"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좌완 계투가 부족해 박정진을 마무리로 이동시키지 않는 동시에 선발진의 이닝 소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오넬리를 뒷문지기로 확정짓는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한화서 뛴 카페얀과 부에노의 종합 성적은 1승 14패 평균 자책점 9.14(카페얀-11패 평균 자책점 9.15, 부에노 1승 3패 평균 자책점 9.10)으로 처참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오넬리가 극도의 부진을 보인다거나 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 전 퇴출되지 않는 한 카페얀과 부에노가 남긴 기회비용 수치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러나 문제는 그저 공 빠른 투수가 아닌 확실한 마무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화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2년 간 44세이브와 평균 자책점 2.86을 기록했던 좌완 브래드 토마스가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만 자주 리드를 잡지 못한다면 자칫 좋은 마무리 요원이 '개점휴업'하며 허송세월할 수도 있습니다. 오넬리의 성공에는 선수 본인의 분발만이 아닌 선발-중간 계투진. 그리고 타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넥센-애드리안 번사이드, 덕 클락, 크리스 니코스키 OUT 브랜든 나이트, 코리 알드리지 IN
 
지난해 클락-번사이드로 투수 1명, 타자 1명 체제를 갖춘 채 시즌을 맞았던 넥센 히어로즈는 이번에도 투-타 한 명 씩 외국인 선수를 고용합니다. 알드리지는 마이너리그 통산 14시즌 동안 1318경기에서 1232안타를 쳐 2할6푼3리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통산 OPS는 7할8푼1리로 179홈런에 723타점 472볼넷을 얻어냈으며 1311삼진을 당했고 도루가 많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스피드는 빠르다는 평입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수준을 생각하면 좋은 성적으로 보기 힘들지만 2008년 한화가 덕 클락을 영입했을 때 클락의 마이너리그 성적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일말의 기대감은 불러일으킬 만 하네요.
 
나이트는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활약했던 우완입니다. 2003~2004시즌 다이에(현 소프트뱅크), 2005년 니혼햄에서 뛰며 일본리그를 먼저 경험했던 그는 2009시즌 중반 삼성에 입단한 뒤 1년 남짓 12승 7패 평균 자책점 4.13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인해 팀 레딩에게 바통을 넘기고 재활에 몰두한 나이트는 스플리터가 위력적인 투수입니다. 제구는 좋은 편이 아니지만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를 갖춘 데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빠르고 각이 좋은 스플리터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끕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스타일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서 3번의 연습경기를 치른 현재 나이트는 2이닝 2피안타(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알드리지는 지난 18일(한국 시간) 연습경기서 3타수 무안타(3삼진)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테이프를 끊지는 못했습니다. 나이트는 팀의 실질적 1선발로 활약해야 하며 알드리지는 유한준, 강정호 등과 함께 중심 타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번사이드는 지난해 10승(10패)을 거뒀지만 평균 자책점이 5.34에 달했고 클락은 2할6푼5리 12홈런 50타점 12도루에 그쳤습니다. 클락의 뒤를 이은 니코스키는 2승 6패 평균 자책점 6.68로 부진했습니다. 번사이드는 중추 선발로 안정감이 떨어졌고 클락은 당시 팀 타율보다 살짝 낮은 정확도 면에서 김시진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번사이드의 대체자가 나이트, 클락의 대체자가 알드리지인 셈입니다. '본전' 생각이 나지 않게 하려면 나이트는 10승 이상 뿐만 아닌 투구 안정도 면에서도 삼성 시절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쳐야 합니다. 상대팀 1,2선발을 상대할 빈도가 잦은 만큼 팀 내에서는 그에 뒤지지 않는 투구 내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알드리지의 부담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클락은 한국에서 3시즌 동안 2할6푼7리 58홈런 219타점 60도루를 기록했지만 외야 수비와 주루면에서 공헌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선수층을 지닌 넥센 팀 사정을 감안하면 알드리지는 클락보다 더 정확한 타격을 지닌 만능 야수가 되어야 합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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