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월드컵 악몽' 오범석, "그래도 대표팀은 나의 꿈"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2.21 07: 15

"월드컵은 잊고 싶어요".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오범석(27)이 남해 전지훈련에서 꺼낸 얘기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악몽을 떠올리는 듯했다.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내줘 비난을 받았던 그다. 월드컵 이후 인터뷰도 고사해왔다. 어렵게 말문을 연 그에게 당시의 속사정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월드컵은 잊고 싶어요"
오범석은 여전히 말 한 마디에도 신중했다. 월드컵 전후로 달라진 팬들의 시석을 의식하고 있었다. 한때 해외파로 팬들의 지지를 받던 그가 팬들의 비난을 두려워하다니 서글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 서글픔이 어찌 오범석의 심정에 비할 수 있을까.

알다시피 오범석은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아르헨티나전을 상정해 선발한 선수다. 허정무 감독은 스페인과 평가전을 통해 차두리보다 순발력이 뛰어난 오범석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범석도 자신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전 한 경기에 목숨을 건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결과가 나빴다.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참패하면서 그 원인으로 오범석이 지목됐다. 물론, 오해였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 오범석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오해는 풀렸지만 오범석에게는 꿈의 무대가 악몽이 됐다. 
 
▲ "수술대에 올라야 했죠"
더욱 서글픈 것은 그 과정에서 오범석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 가벼운 사타구니 통증이 월드컵을 통해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악화됐다. 운동선수 중 부상이 없는 선수는 없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오범석에게는 또 한 번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범석에게는 수술대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소속팀의 다급한 사정으로 짧은 재활을 마친 뒤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다. 경기력이 점점 떨어지는 반면 통증은 커져갔다. 결국 오범석은 10월 중순부터 운동을 중단했고, 11월에야 마침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월드컵부터 내 몸은 정상이 아니었죠. 아픈 상태로 경기에 뛰었어요. 그래도 꿈의 무대인데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결과는 아니었지만요. 울산으로 돌아와서야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했죠"
▲ "그래도 대표팀은 나의 꿈"
답답했던 심정을 풀어냈기 때문일까. 오범석의 표정은 다소 밝아졌다. 그리고 마음속에 묻어놨던 한 가지 소망도 꺼냈다. 이런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표팀에 나서고 싶다는 것. 의외였다. 오범석은 "그래도 대표팀은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오범석은 수원으로 이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던 오범석은 "수원에서 다시 기량을 인정받은 뒤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잠시 축구가 싫은 시기도 있었어요. 월드컵 한 경기에 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잖아요. 그런데 축구 선수로 뛰면서 어떻게 대표팀을 포기하겠어요. 축구를 시작하면서 키웠던 꿈인데요.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뛸게요. 그러다보면 다시 기회를 얻지 않을까요? 지켜봐주세요. 제 노력을요".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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