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행은 어린 시절의 인연이 이어준 운명이었죠".
오장은(26, 수원)은 대뜸 자신의 수원행을 운명이라고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면서 해외 진출과 국내 이적을 놓고 고민하던 찰나에 운명처럼 과거의 인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윤성효(49) 수원 감독과 재회였다. 어린 시절 윤성효 감독에게 직접 축구를 배웠던 오장은에게는 보은의 기회이자 변화를 위한 탈출구였다.
▲ 해외 진출은 왜 포기?

사실 오장은은 해외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국내 이적에서는 이적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구를 떠나 울산에 입단할 당시 오장은의 몸값이 27억 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국내 이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장은의 해외 진출에도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대표팀에 발탁되던 탓에 해외에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는 것. 오장은이 국내에서는 뛰어난 선수이지만 해외에서는 수많은 '외국인 선수' 중 하나였다.
오장은도 이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오장은은 "솔직히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어요. 대표팀에서 활약을 보여줬다면 달랐겠죠. 일본과 중국에서 이적 요청이 이어졌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은 아니었어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 윤성효 감독의 러브콜
결국 오장은은 울산을 떠나 고향인 제주에서 나홀로 훈련을 시작했다.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축구선수로 발전을 꾀할 수 없는 팀으로 이적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장은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이런 시기에 윤성효 감독의 러브콜이 왔다. 한파가 몰아치던 이적시장에서 유이하게 큰 손으로 군림하던 수원이었다. 오장은의 발목을 잡았던 이적료도 조원희의 울산행 추진으로 해결되는 듯하면서 새로운 운명이 시작됐다.
오장은은 "수원행은 어린 시절의 인연이 이어준 운명이었죠. 윤성효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정확히 10년 전에 수원의 2군 감독으로 저에게 축구를 가르쳐주셨던 분이죠. 어쩔 수 있나요. 수원으로 가야죠"라고 미소를 지었다.
▲ 조원희의 중국행과 뜬소문
오장은은 2월 초부터 수원의 남해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제주에서 이미 몸을 만들었던 오장은은 훈련에 앞장서면서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그 의욕이 단번에 꺾이는 일이 일어났다. 오장은 대신 울산행이 추진되던 조원희가 중국 광저우 헝다로 입단한 것.
슬며시 뜬소문이 흘렀다. 이적료로 현금을 줄 수는 없고 선수 트레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갔으니 이적이 원점에서 검토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오장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오장은에게는 윤성효 감독이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그 동안 이적과 관련된 일은 구단에 일임했던 윤성효 감독은 이번 만큼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이적을 성사시켰다. 윤성효 감독은 "내 품으로 들어온 선수를 어떻게 다시 내치느냐"고 말했다.
고민을 벗어던진 오장은에게 남은 과제는 수원에서 맹활약뿐이다. 오장은은 "어린 시절에 윤성효 감독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일본에서 버텨낼 수 없었을 거에요. 그리고 그 도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프로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죠.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어요. 이제는 제가 보답할 때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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