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CLE 마무리 페레스, "위기서 가장 자신있는 공 던져야"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2.21 10: 43

'추추트레인'추신수(29)의 소속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승리할 때면 언제나 그는 마운드에 서 있다. 9회에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켜낸 뒤 오른 주먹을 꽉 쥐고서 포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서로 가볍게 껴안으며 인사를 나눈다.
클리블랜드 마무리투수 크리스 페레스(26)다. 페레스를 만난 건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시에 위치한 굿이어 베이스볼파크 클리블랜드 스프링캠프장 내 클럽하우스였다. 8시를 갓 넘긴 시간, 페레스는 자신의 락커룸 앞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신문을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 한국에서도 당신을 아는 팬들이 있다"고 말을 건네자 페레스는 "정말이냐. 내가? 추신수의 팀 때문인가?"라고 되묻고는 "추신수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23세이브를 거둔 것도 네가 유명한 이유다"고 말하자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2006년 플로리다 주립대를 다니던 페레스는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42번)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키 195cm, 몸무게 102kg으로 건장한 체격을 가진 페레스 우완 정통파 투수다. 입단과 동시에 싱글A에서 마무리 수업을 시작한 페레스는 2008년 트리플A 26경기에서 등판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페레스는 2009년 마크 데로사의 반대 급부로 제스 토드와 함께 인디언 부족이 됐고, 지난 시즌 초 자신의 위치는 셋업맨이었다. 페레스는 인터뷰 도중 "행운도, 그리고 기회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지난해 마무리 투수였던 케리 우드가 시즌 초 등부상으로 자리를 떠나 있을 때 마무리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내가 가장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은 직구"라며 당당히 말한 페레스는 최고 구속은 97마일(156km) 강속구를 구사한다. 이후 마무리 기회 때마다 팀 승리를 지키며 능력을 인정받은 페레스는 클리블랜드가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우드를 양키스로 트레이드 시켜, 이제는 풀타임 완전한 마무리 투수가 됐다.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지난해 갑자기 23세이브를 거둘 수 있었냐는 것이다. 그것도 27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23번이나 성공시켰다. 페레스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을 일어났다. 지난 2∼3년 동안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그 전보다 많이 내게 주어진 기회를 잡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말한 뒤"가장 중요한 것은 내 투구 매커니즘이 좋았다는 것이다. 시즌 내내 매커니즘을 놓고 걱정하지 않아도 됐고,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져 타자들과 승부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지난해 그가 등판한 경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600홈런 대기록에 도전하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와 대결이었다. 그는 7월 2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클리블랜드가 4-1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A로드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주로 삼진을 잡을 때 슬라이더를 던진다"면서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체인지업을 가다듬는데 집중하고 있다. 구속은 80마일 후반에서90마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신무기를 살짝 공개했다.
페레스는 "마무리 투수는 삼진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베테랑보다 빠른 공을 던진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트레버 호프만도 있지만 대부분 빠른 공을 던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미네소타 조 내이션이다. 그러나 한번도 이야기 한 적은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유망주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린 페레스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는 "운도 따라야 하며 건강해야 한다. 많은 유망주들이 부상과 수술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는 것도 힘들지만, 일단 올라와서 열심히 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운동 태도와 준비, 그리고 정신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페레스는 97마일의 빠른 볼을 던지면서도 "한번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다"며 "운이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페레스만의 위기 탈출법은 어떨까.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고 역전이 되는 상황이지만 페레스는 "주자가 있을 때는 다른 때보다 더 차분한 마음을 가진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진다. 이미 나간 주자에 대해서는 계속 마음을 쓰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주자에 집중한다. 그리고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를 치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0점대 비결을 묻자 그는 "운이 정말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빠른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아 나갔고, 경기 주변 상황 또는 어떤 강타자가 타석에 들어섰건 아웃을 시키는데 집중하다 보면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한 뒤"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라이크를 일찍 잡고 공격적으로 타자를 압박하는 것이 좋다.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직선타 같은 운도 따라주곤 한다"며 자신만의 영업 비밀을 공개했다.
지난해 원정 평균자책점 2.63에 비해 홈경기 평균자책점 1.01로 확연히 좋은 점에 대해 페레스는 "원정의 경우 마운드도 다 다르고 필드도 다르다. 그러나 홈 경기장은 내게 익숙하다. 대부분의 경기를 한 만큼 일상 속에서 내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홈에서는 나에게 야유를 보내는 팬들도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불펜 피칭을 마친 페레스는 라커룸에서 다시 만나자 "오늘 좋았다. 체인지업도 잘 떨어졌다. 느낌이 괜찮다"며 만족해했다.
클리블랜드가 강팀이 아니기에 팀이 승리를 거둘 기회도, 더불어 자신이 세이브를 거둘 수 있는 순간도 타팀 마무리 투수에 비해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는 마운드에서 더 집중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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