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잘해봐야 제3,4의 포수 정도로 평가받던 유망주는 일약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뒤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좌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명의 유망주가 마스크를 쓰고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신인왕 양의지(24)와 상무 제대 후 첫 시즌을 맞는 김재환(23. 이상 두산 베어스)이다. 경찰청에서 제대하고 지난해 선수단에 합류한 양의지는 최승환, 용덕한 등 선배들을 제치고 127경기에 나서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을 올리며 팀을 4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동시에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여태까지 신인왕 자격을 갖췄던 포수 중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는 양의지가 유일하다. 공-수 겸장의 포수를 발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감안하면 새싹을 틔운 양의지의 가능성은 아직도 무한하다.
한 살 터울이지만 인천고 시절 1년 유급으로 기수로는 2년 차이가 나는 김재환은 고교 시절부터 라인드라이브형 거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야구만 잘한다면 '잠실 야구돌'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김재환은 지난해 2군 북부리그서 3할1푼6리 21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2군 타자 중 한 시즌 100타점을 넘긴 타자는 김재환이 유일하다. 특히 김재환은 경기 내용이 더욱 인상깊은 스타일의 타자. 투수나 2루수의 키를 살짝 넘는 타구가 쭉쭉 뻗어나가 담장 너머로 향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을 정도다. 팔로 스윙 시 힘 전달이 얼마나 엄청난 지 알 수 있게 했다.
미야자키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4명의 두산 포수들 중 이들은 팬들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양의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로 안방 자리를 꿰찬 만큼 비슷한 궤적을 그려 온 김재환에 대한 주목도가 큰 편.
그러나 1년 전 양의지와 현재 김재환의 평가는 다르다. 지난해 양의지는 팬들의 주목이 크지 않았을 뿐 팀 내에서는 "주전 포수 경쟁에 가담할 만한 대형 유망주"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로 팀 내 스카우팅 리포트서 양의지는 "일발 장타력을 지닌 동시에 담대한 리드를 선보인다. 1군 포수로 경기 운영 능력도 좋은 편"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동료들 사이서도 양의지는 "보기와 달리 머리가 굉장히 좋은 포수"라 알려졌다.
'스나이퍼' 장성호(현 한화)와 관련된 KIA와의 트레이드 논의서 KIA가 양의지를 지목한 것은 야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두산 내에서도 이미 양의지에 대한 평가 점수가 높았던 만큼 양의지와 관련된 트레이드는 무산되었다. 스포트라이트가 향하지 않던 때부터 양의지는 이미 주전 포수감이었다.
그에 반해 김재환은 아직 포수로서 확실한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는 팀 내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무서도 김재환은 첫 해 이정식(삼성)에게 포수 자리를 내주고 지명타자 출장이 잦았다. 지난해에는 포수 출장이 조금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이지영(전 삼성)과 안방을 양분했다.
2008년 입단 시 발목 부상으로 인해 송구 능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김재환. 인천고 시절 그리 나쁜 점수를 얻지는 않았으나 1군 안방을 곧바로 맡기는 무리라는 평을 받았던 김재환은 아직 보완점이 많은 유망주다.
"약점이던 2루 송구 능력과 블로킹 연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는 것이 현재 김재환의 훈련 상황에 대한 구단 관계자의 전언. 아직 확실히 보완되지 않았고 선수 본인 또한 "배우는 입장으로 도전하겠다"라고 밝혔다.
"군에 있을 때도 포지션 전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포수 능력에 대한 나쁜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일단 후회없이 도전할 겁니다". 스스로 포수 자리에 대한 애착과 자존심이 확고한 김재환은 '거포 김재환'보다 '포수 김재환'으로서 두각을 바랐다.
"어머니 같은 포수가 되고 싶다"라며 더 나은 발전을 바라는 양의지와 "포수로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라는 김재환. 관록을 갖춘 최승환과 용덕한의 투지까지 더해져 이들의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