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자는 먹구름?…기우인가, 현실인가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1.02.22 07: 59

엄살일까, 현실일까.
미야자키 휴가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조범현 KIA 감독의 얼굴이 복잡 미묘하다. 투수와 타자의 그림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21일 청백전을 관전하던 도중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투수는 빛이고 타자는 먹구름"이라고 말했다. 이범호까지 가세한 타선이 여전히 미덥지 못한 듯 했다.
최근 KIA의 미야자키 실전경기의 득점력을 보자. 지난 21일 자체청백전은 4-2, 19일 야쿠르트 2군경기와 18일 요미우리 2군경기는 각각 3점을 뽑았다. 이에앞선 15일 자체 청백전은 4-2. 득점숫자에서 조 감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투수들은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진은 6명이나 되고 불펜진의 그림도 좋다. 조 감독은 "신용운, 박정태, 박경태, 김희걸까지 모두 좋아졌다"며 흡족한 얼굴을 했다. 타자를 말할때와는 사뭇 다른 얼굴이었다. 그래서 빛과 먹구름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미야자키 캠프에서 만난 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웃고 싶은데 힘이 없다"고 말한다. 취재를 위해 말을 걸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거의 매일 1000개가 넘은 배팅을 하기 때문이다. 이날 청백전을 마친 뒤 타자들은 3개조로 나누어 오후 7시까지 실내연습장과 그라운드에서 2시간 20분짜리 배팅을 했다.
이범호는 "동료들이 나를 웃겨주고 잘해주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그럴 힘이 없어 보인다"고 농담을 했다. 타격 도중 손에 붕대를 감으면서 "나도 방망이를 돌려고 싶어도 이제는 힘이 달린다"며 흐르는 구슬땀을 닦았다. 그의 손은 이미 물집으로 가득했다. 그만큼 타자들의 훈련량이 많다. 
KIA는 수 년동안 공격력 때문에 고민을 해왔다. 투수력은 막강했으나 득점력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희섭과 김상현이 동반 폭발한 2009년은 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0년 다시 타선 부진으로 6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1 스프링캠프의 화두는 타선강화였고 훈련량으로 전력강화를 노리고 있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의 중심타선이 정상 가동하지 않고 있다. 최희섭은 허리통증으로 중도 귀국했고 이범호는 아직은 제 타격컨디션이 아니다. 김상현은 외야 수비 적응 문제까지 겹쳤다. 왼 어깨수술을 받은 2루수 안치홍은 개막전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심타자들의 행보가 조감독의 머리속을 어지럽히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개막을 40여일 앞둔 2월 이라는 점에서 기우일 수도 있다. 김선빈의 기량이 성숙되고 있고 신종길과 김다원 등 신전력들의 성장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 캠프 한 달을 넘기면서 매일 전쟁처럼 훈련하는 타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뚜렷하다. 효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캠프 중후반의 그림이 시즌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땅거미가 질때까지 타자들의 타격훈련을 지켜보면서 독려한다. 거의 쉴틈을 주지 않는다. 조 감독의 걱정이 현실일지 아니면 엄살일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될 듯 싶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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