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명장' 소시아 감독의 야구 철학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2.22 13: 53

"헤이 아이바. 오늘 사진은 잘 찍었어? 로드니. 넌 뭐가 그렇게 즐거워?".
지난 21일(현지시간) 아침 8시를 넘긴 애리조나 템피에 위치한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소속 LA 에인절스 스프링캠프장인 디아블로 스타디움 1루측 클럽하우스에 딱 봐도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중년의 백인이 돌아 다니며 팀원들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가끔하는 의례적인 인사라기보다 매일 선수들과 교감하는 듯했다.
마이크 소시아(53) 감독이었다. 소시아는 메이저리그 감독 가운데 동양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큰 스윙, 개인적인 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번트, 런앤히트와 같은 세밀한 작전을 자주 구사한다.

덕분에 소시아 감독은 지난 2000시즌부터 에인절스를 맡아 3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하며 '랠리 몽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2004∼2005년, 2007∼2007년 총5차례나 월드시리즈 진출 문턱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는 것"이라고 말한 소시아 감독은 OSEN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허락하며 감독실로 초대해 10여 분 간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서 유명한 메이저리그 감독"이라는 말에 "나의 어떤 부분이 유명하냐"고 묻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억하는 팬들 뿐 아니라 당신의 야구 열정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굿. 베리 굿"이라고 화답했다.
가장 먼저 올 시즌 목표를 물어봤다. 소시아 감독은 "우리는 매우 재능 있는 핵심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몇몇은 아직 어리지만 이들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간판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이 하나가 된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에 충분히 도전할 만큼의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챔피언 우승 반지"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월드시리즈에 가기 위한 첫 관문인 지구 우승을 놓고 몇 승을 예상하냐는 질문에 소시아 감독은 "우리는 지구 라이벌보다 1승만 더 거두면 된다. 80승, 90승이라는 수치보다 딱 1승만 더 하면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유가 있었다. 에인절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빼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은 시애틀 매리너스, 그리고 매년 낮은 연봉으로도 복병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있다. 애인절스는 지난해 80승 82패를 기록하며 텍사스(90승 72패)와 오클랜드(81승 81패)에 밀려 지구 3위에 그쳤다.
소시아 감독은 "우리 지구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특히 모든 팀들의 투수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투수력은 기본이고 타력이 좋아야 지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자신의 야구 철학을 묻자 "야구는 승리를 하는데 다양하면서도 중요한 기본요소들이 있다. 베이스러닝, 피칭, 공격적인 면, 수비적인 면, 여기에 번트의 중요성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이러한 모든 작전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하며,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이 모두를 해야만 높은 수준의 야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뷰 초반에 "당신의 열정"은 야구에 대한 진지한 열정 뿐 아니라 가끔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그의 다혈질과 같은 행동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강력한 카리스마 덕분에 그는 켄드릭 모랄레스, 바비 아브레우, 토리 헌터, 제러드 위버, 페르난도 로드니와 같은 개성 넘치는 슈퍼스타들을 하나로 모으는 비결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시아 감독은 선수들과 관계를 가장 먼저 이야기 했다. 그는 "선수들과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다. 경기장 밖에서도, 경기장 안에서 훈련을 할 때도, 경기 중에도 자세히 보면 모든 선수들은 스스로가 무언가를 성취하길 원한다. 이들이 가진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줌과 동시에 존중해줘야 한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수들과 관계법을 소개했다.
 
지난해 마쓰이 히데키를 비롯해 올 시즌에는 '콩거' 최현, 그리고 일본인 투수 다카하시 히사노리와 같은 아시아 선수들이 팀에 포진한 점에 비춰 아시안 야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묻자 소시아 감독은 "야구는 전 세계에서 하는 국제적인 스포츠다. 박찬호와 같이 빼어난 선수들, 그리고 콩거의 부모님은 모두 한국인인데 이 모든 것은 국제적인 영향을 반영한다"고 말하며 "여러 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WBC를 보듯이 야구는 전세계적인 경기가 됐다. 그러나 WBC는 비록 6개월의 정규 시즌은 아니었지만 2∼3주 동안에도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 보여줬다"며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는 박찬호와 추신수의 이름을 거명했다. 
'콩커'최현의 올 시즌을 활약을 어떻게 예상하냐고 묻자 그는 "콩거는 재능을 뛰어난 젊은 포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실력이 향상된다면 기회는 주어질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 팀이 승리를 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 당연히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포수인 최현의 포지션 변경에 직접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에 대해 "입단 초기에 그의 체력과 몸 상태 때문에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1루수, 외야수, 또는 지명타자로 전향을 놓고 그와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 구단에서는 포수로서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3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고 있는 그의 야구 철학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선수들을 존중하는 태도, 누구에게든지 거리낌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위트 넘치는 유머까지…. '명장'은 역시 달랐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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