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분석야구] 2011시즌 용병 '기회 비용'은?② LG, KIA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2.23 07: 34

기회비용(機會費用)=어떤 재화의 여러가지 종류 용도 중 어느 한가지 만을 선택한 경우, 나머지 포기한 용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평가액
 
대부분의 사람은 양자택일의 선택 이후 자신이 포기한 가치가 더 컸을 때 아쉽다는 생각을 갖게 마련입니다. 때로는 경기 하나에 인간의 삶이 투영되는 야구에서도 이 이치는 유효합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선택에 있어 이는 구단에 웃음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고배를 마시게 하기도 합니다. 국내 선수들로 팀을 꾸렸을 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외국인 선수로 보완한 지 어느덧 13년이 되었고 또 그들이 좋은 활약으로 '우승 청부사'가 되는 경우가 워낙 많았으니까요.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시기지만 새롭게 선택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기대치를 전임 선수들의 2010시즌 성적을 토대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시즌이 끝난 후 새 외국인 선수들이 어떤 성적으로 팀에 공헌하고, 또 아쉬움을 곱씹게 할 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 LG-에드가 곤잘레스, 필 더마트레, 오카모토 신야 OUT 벤자민 주키치, 레다메스 리즈 IN
 
사실 최근 몇 년간 LG 트윈스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은 이름값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가진 선수들입니다. 2005년 루벤 마테오를 시작으로 이듬해 아마우리 텔레마코와 매니 아이바, 2007시즌 페드로 발데스-크리스 옥스프링, 2008년 로베르토 페타지니 등은 미-일에서 잠재력을 인정받거나 대단한 족적을 남겼던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팀을 가을 잔치로 인도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곤잘레스와 더마트레, 오카모토도 LG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호성적이 기대된 선수들이었습니다. 곤잘레스는 과거 애리조나 선발형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고 더마트레는 디트로이트 시절 리그 탑 수준 포텐셜을 지닌 좌완이었습니다. 오카모토는 주니치-세이부 시절 필승 계투로 소속팀 우승을 이끌던 특급 계투였습니다만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리즈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고 101마일(162km)의 광속구를 던졌던 우완으로 입단 과정부터 주목을 받았던 리즈는 전지훈련서도 이미 최고 157km의 직구를 구사하는 등 대대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빠른 공이 높게 제구되지 않는다는 평입니다. 2008년 볼티모어 시절에는 선발 로테이션 가담 경력도 있습니다.
 
리즈는 탄탄한 등근육이 바탕된 광속구 투수가 아닌 마크 크룬(전 요미우리)처럼 빠른 팔스윙으로 속구를 내뿜는 투수입니다. 그로 인해 지난 19일 연습경기서 실제로 그의 공을 접한 한화 타자들은 "빠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타석에 서면 그만큼의 위력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볼 끝이 생각보다 가볍고 슬라이더 변화각이 정직한만큼 반발력을 이용해 내려찍는 다운 컷 스윙 시 피장타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입니다.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LG와 계약을 체결한 좌완 주키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합니다. 직구는 빠르지 않지만 좌우 코너워크 능력이 좋아 2,3선발감으로 내세울 만 하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17일 주니치와의 연습경기서는 2이닝 2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네요.
 
리즈나 주키치가 뛰어넘어야 할 기록, LG의 2011년 기회비용이 되어야 할 기록을 알아 보겠습니다. 선발 요원이던 곤잘레스와 더마트레의 합산 성적은 4승 12패 평균 자책점 8.00(곤잘레스 6패 평균 자책점 7.68, 더마트레 4승 6패 평균 자책점 8.22)에 그쳤습니다. 마무리였던 오카모토는 46경기 5승 3패 16세이브 평균 자책점 3.00을 기록했지만 시즌 중반 이후 볼 끝이 무뎌지며 블론세이브 5개를 기록하는 등 줄곧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네요.
 
구단에서는 "둘이 합쳐 15승을 해도 다행"이라며 마음 속 기대치를 억누르고 있습니다만 투수진이 고비서 발목을 잡던 순간이 많았던 LG임을 감안하면 두 투수 모두 개인 당 10승 이상급 활약이 필요합니다. 상대적으로 넓은 잠실구장과 좋은 타자들이 많은 LG에서 두 투수가 얼마나 좋은 팀 융화도를 보여주느냐도 시즌 성적을 좌우할 요소입니다. 리즈는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얼마나 잘 공략할 지, 주키치의 경우는 시즌 개막 후 얼마나 좋은 구위를 선보일 것인지가 재계약과 퇴출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 KIA-리카르도 로드리게스, 맷 라이트, 로만 콜론 OUT 트레비스 블렉클리 IN
 
2009년 13승을 거두며 통합 우승에 공헌했던 릭 구톰슨의 공백은 굉장히 컸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구톰슨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뒤 로드리게스를 영입했으나 로드리게스는 시범경기 도중 수술 전력의 팔꿈치가 말썽을 일으키며 개막도 맞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라이트의 퇴출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였습니다. 라이트는 지난해 4월 하순 목동 넥센 3연전을 준비하다 자신의 등판 전날 김희걸과 전력질주 내기 도중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조범현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했습니다. 그리고 KIA는 2009시즌 캔자스시티서 계투로 나름의 활약을 펼친 콜론을 영입했습니다.
 
150km를 쉽게 뛰어넘는 구위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스플리터를 자랑한 콜론은 지난해 8승 7패 평균 자책점 3.91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킬리노 로페즈와 비교했을 때 이닝이터로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비시즌 '갖기는 아쉽고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 신세가 되었네요. 타 구단과의 보유권 트레이드를 논의하다 창구가 사라지고 콜론이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KIA는 트레비스 영입을 공식화했습니다.
 
시애틀 시절 백차승과 함께 선발 유망주로 기회를 얻기도 했던 트레비스는 빠른 팔스윙을 바탕으로 140km대 후반의 직구 구속을 보여주며 커브 각이 날카로운 투수입니다. 앞서 언급된 리즈와 달리 푸근한 인상의 트레비스는 스트레칭 시에도 굼떠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꽤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트레비스 영입으로 KIA는 로페즈-윤석민-양현종-트레비스-서재응 등 좌우완이 번갈아 등판할 수 있는 지그재그 선발진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호주 출신으로 국내 무대를 경험한 크리스 옥스프링(LG) 애드리안 번사이드(넥센), 브래드 토마스(한화)의 조언도 들었다고 하더군요.
 
앞서 언급된 3구단의 새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뛰어넘어야 할 기회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2경기 1패 평균 자책점 5.00의 라이트 기록과 콜론의 성적까지 합산하면 트레비스가 넘어야 할 성적은 8승 8패 평균 자책점 4.00입니다.
 
올 시즌 KIA는 전격적으로 이범호(전 한화-소프트뱅크)를 영입하는 등 패권 탈환을 위해 힘을 쓰고 있습니다. 김상현의 부상 회복과 이범호의 가세로 타선의 중량감이 극대화된 상황서 트레비스가 어떤 활약을 펼칠 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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