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때보다 딱 3배가 힘들어요".
SK 외야수 출신 김용우(32)가 선수의 길을 접고 새롭게 인생을 설계한다.
김용우는 올해부터 SK의 전력분석 요원으로 일하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는 김용우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 속에 한결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수가 아닌 상태에서 스프링캠프는 처음이다. 많이 색다르다"는 김용우는 "이제 훈수를 두는 입장이 됐다"면서 "팀을 떨어져서 보니 선수 때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이해가 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김용우는 "선수는 자신의 것만 챙기면 된다. 내 짐, 내 야구만 신경쓰면 된다. 그런데 스태프가 돼보니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라. 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적응했다. 선수 시절과 비교하면 딱 3배 힘든 것 같다"며 웃었다.
김호인 경기감독관의 아들로도 잘 알려진 김용우는 연세대 졸업 후 LG에 입단,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계속 백업에 머물렀다. 결국 2008시즌 후 최길성과 함께 방출됐다. 2009년 SK에 입단테스트를 거쳐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경기 출장은 4경기에 그쳤다.
김용우는 "그 해 계속 2군이었다. 고질적으로 아픈 왼 무릎 때문에 캠프에도 가지 못했다. 김경기 타격코치님의 도움으로 제법 좋아졌지만 1군에서 호출은 오지 않았다"면서 "그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즌 후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한 번 더 해보자'고 말씀하시더라. 하지만 좀더 멀리 내다보고 싶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운이 좋았다. 22년 해온 야구를 그만둔 김용우는 그동안 하지 못한 채 마음 속으로 세 가지를 실행에 옮겼다. 조기축구,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다. 그리고 다시 야구계에 남기로 결심, 이광환 서울대 감독이 원장으로 있는 진행하는 베이스볼 아카데미 1기생으로 공부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김용우는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한 상태에서 SK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1월초에 SK 스프링캠프인 일본 고치로 합류했다.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친구 박용택과 후배 김광삼(이상 LG)이 가장 관심을 가져주고 기뻐해줬다.
"암머신 앞에서 선수들을 보고 동영상 찍고 밤에는 분석하고 정신이 없다"는 김용우는 "최정이 페이스가 좋다가 떨어질 때 그 원인이 보이더라. 그래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처음으로 이쪽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용우의 포부는 크다. "야구선수 출신으로서 하기 쉽지 않은 것을 목표로 세웠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전력분석원으로 시작해 운영, 마케팅 등 구단 프런트로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밝힌 김용우다. "선수였을 때는 잘하는 선수를 보면 질투부터 났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량을 어떻게 하면 유지하게 할 수 있나 연구하게 된다"는 김용우는 "아무래도 선수보다는 이쪽 방면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letmeout@osen.co.kr
<사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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