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신문/OSEN=김미경기자] 야식 드립이다. TV에 나오는 음식의 꼬드김 탓이다. 야식의 유혹은 늘 맹렬히 다가온다. 저녁 먹고 난 후 시계가 딱 11시를 알릴쯤이면 고비다. 야식 본능이 용솟음치는 거다. 잠들래야 잠들 수가 없고, 먹을래야 마구 먹을 수도 없는 살과의 전쟁만이 남는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이 아니던가. 그야말로 야식의 춘추시대. 전국방방곳곳 동네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어 취향만이 문제될 뿐이다. 메뉴 선택시 불협화음에 따라 치킨 반반 메뉴도 등장했다. 피자, 치킨, 족발 등 고열량 배달음식부터 편의점 라면 일색인 야식까지. 밤이면 밤마다 수화기를 드는 당신은 진정한 야식의 본좌다.
대한민국 야식계의 미친 존재감은 단연 치킨이다. 출출해지는 밤 시간이면 적당히 기름져 허전한 배를 채워주는 치킨이야 말로 야식타임의 동반자인 셈. 1970년대 초반 등장한 옛날통닭은 지금의 후라이드 치킨의 모태다. 치킨 체인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대한민국 야식의 대세는 역시 ‘닭’으로 종결짓는 분위기다.
직장인들이 즐겨먹는 야식메뉴 1순위로도 치킨·튀김류(47.5%, 복수응답)가 꼽혔다. 이어 김밥·떡볶이·라면 등 분식(44.4%), 빵·과자(30.6%), 족발·보쌈(23.6%), 과일(16.8%), 아이스크림(15.8%),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14.1%) 순이었다. 5명 중 1명(22.3%)은 밤마다 야식의 유혹을 참지 못했다. 주중 2~3차례, 밤 10시 이후 심야시간대 주로 야식을 즐겨먹었다.

직장인들의 잦은 야근(31.9%)도 야식을 불렀다. 이어 불규칙한 식습관(22.7%), 스트레스(20.5%), 회식이나 모임(12.1%), 생활패턴(8.9%) 등이 야식을 찾는 주 원인. 애정 결핍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신 줄 잡고 있지 않으면 몸매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 채였다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야식원칙에 위배된다.
이밖에도 드라마, 예능·오락, 홈쇼핑·광고 등에 등장하는 음식 먹는 장면 때문에 야식을 찾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1회 야식에 사용하는 비용은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67%), 야식을 구입하는 경로는 야식배달업체가 많았다. 사다리타기, 제비뽑기, 칼 꽂기 등 야식내기 게임도 진화했다. 용돈을 아끼기 위한 직장인들의 혈투다.
시간과 열량은 거짓말하는 법이 없다. 야식으로 섭취한 지방층은 고스란히 배에 쌓이는 법. 그럼에도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면야 하루를 빼놓지 않고 야식을 즐길 태세다.
‘먹는다’는 의미의 식(食)이란 한자는 ‘사람’(人)과 아름답고 좋다는 의미의 ‘량’(良)자가 합쳐진 단어다. 먹는 행위 자체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타인과 교감하는 과정인 셈. 야식이 나쁘다는 편견은 버려라. 심야에 즐기는 야식도 건강하게 잘만 먹으면 관계의 보약이 된다.
*드립: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나 행동을 인터넷에서 낮추어 부르는 말
kmk@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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