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부활' 이승엽의 16년전 비밀 "세달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2.24 07: 31

"그 때는 '김재현(전 LG-SK) 선배 정도만 해도 더 할 나위 없겠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타자가 되었으니".
 
'국민타자'의 데뷔 시절을 떠올리던 스승은 그 날의 추억이 떠올랐는지 짐짓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박승호 두산 베어스 신임 2군 감독이 이승엽(35. 오릭스)의 프로 초년병 시절을 떠올리며 제자의 부활을 바라는 동시에 또다른 유망주의 대두를 꿈꿨다.

 
지난해 11월 두산의 새로운 2군 감독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활발한 대화를 통한 밝은 분위기 속에 유망주들의 둥지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박 감독은 "이제까지 지도했던 팀 중 가장 선수들 개개인의 성향이 밝은 것 같다"라며 희망찬 2011시즌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밝은 분위기 속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1군에도 도움이 되는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박 감독. 특히 박 감독은 1995년 삼성 타격코치 시절 경북고를 졸업하고 투수로 입단했던 이승엽의 타자 전향을 이끌었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좌완 유망주 투수로 입단했던 이승엽은 선수단 합류 뒤 얼마 되지 않아 타자로 전향했다. 데뷔 첫 해 2할8푼5리 13홈런 73타점을 기록하며 세대교체 중이던 삼성의 으뜸 유망주로 싹을 틔운 이승엽은 2003년 한 시즌 56홈런 대기록을 세우는 등 국내 9시즌 통산 3할5리 324홈런 948타점의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
 
이듬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지바 롯데로 이적한 이승엽은 지난 시즌까지 일본 7시즌 통산 2할6푼7리 144홈런 388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요미우리서의 마지막 3시즌서 잇단 부상과 들쑥날쑥한 출장 기회로 인해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던 이승엽은 오릭스서 확실한 부활을 꿈꾼다. 
 
 
대형 타자의 성장에 큰 몫을 했다는 점은 스승에게도 커다란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 도중 박 감독은 이승엽에 관련해 질문하자 "내게도 특별한 선수였다"라며 운을 뗐다.
 
"(이)승엽이는 정말 고집이 셌어요. 제가 타자로 전향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그 녀석도 투수로 성공하고 싶었는지 설득하는 데만 40~50일이 걸렸습니다. 겨우 설득해서 '세 달 정도 타자로 뛰어본다'라는 조건 속에 타자로 나섰는데 금방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우뚝 솟더군요".
 
박 감독이 꼽은 이승엽의 최대 장점은 성실함과 인간미였다. 특히 박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답지 않게 소박하고 인간적인 이승엽의 성품과 보여주기 위한 부단한 연습량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노력을 높이 샀다.
 
"승엽이가 아주 어렸을 때였을 거에요.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혼자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방망이를 붕붕 돌리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이 아니라 혼자 몰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저도 감화되었습니다. 대단한 이름값을 지닌 스타답지 않게 너무나 인간적이고".
 
현재 박 감독은 새로운 유망주를 찾아 1군 전력으로 이끄는 데 골몰하고 있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말을 이어 간 박 감독은 아직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2군 선수들이 부단한 노력 속에 밝은 빛을 만나길 바랐다.
 
"재능이 다소 모자란 듯 싶어도 특히나 열심히 하는 선수를 보면 인간적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살리는 데 조금 더 성실하게 해줬으면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많은 대화를 통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1군과의 '상생'을 기대하고 있어요". 이승엽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박 감독은 베어스필드서 또다른 '거성'의 발아를 꿈꾼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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