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선두' KT, 쫓기는 자의 압박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24 07: 38

"선수들이 지키려고만 한다".
부산 KT는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지난달 5일 이후 정확히 50일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 KT는 뒷골이 서늘하다. 최근 4경기에서 2승2패로 잠시 주춤하는 사이 2위 인천 전자랜드가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승차는 단 1경기. 상대 전적에서 3승2패로 앞서고 있지만 공방률까지 생각한다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무엇보다 1위 자리를 거의 굳혔다가 자칫 내줄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 KT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너무 당황했다"며 "조금 더 자신있게 플레이해야 하는데 지키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어딘가 모르게 움츠러들었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즌 내내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코트 구석구석을 부지런히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친 것도 있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 때가 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체력보다 정신적으로 쫓긴다는 점이 더욱 걱정스럽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쫓아가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쫓기는 입장이다. 심적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2위를 지키며 1위 울산 모비스를 막판까지 뒤쫓았는데 올해는 입장이 반대가 됐다.
 
쫓아가는 것보다 오히려 쫓기는 마음이 더 급하다. 박상오도 "작년에는 쫓아가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편한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지키는 입장이다. 90% 잘 해놓고 10% 못해서 이걸 빼앗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원주 동부 시절 숱하게 1위 지키기를 한 경험이 있는 전창진 감독도 "많이 힘들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감독은 동부 시절과 지금의 차이에 대해 "차원이 다르다. 자기 평균치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그때랑은 다르다. 선수들 기복이 심하고 승부처에서 해결해 줄 선수가 부족하다. 아직 1위를 지켜보지 않은 선수들이라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고 했다. 1위를 지킨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라 그만큼 더 당황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없을까. 전 감독은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도 그렇게 못한 경기는 없다. 자꾸 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게 불안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하는 건 없다. 작은 것부터 잘 해보자고 말한다"는 것이 전 감독이 말이다.
 
지난 23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힘겹게 역전승한 뒤에도 전 감독은 "우승이 중요하고 1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싸워 이기려면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오는 "감독님 말씀이 맞다. 불안한 선두인지라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전자랜드가 쫓아오니까 많이 힘들고 마음이 급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감독님께서 결과에 상관없이 부담없이 플레이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믿고 자신감있게 플레이했다"고 전했다.
 
오리온스전에서 경기 막판 전 감독으로부터 로포스트 공격을 지시받은 박상오는 주저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며 마무리했다. KT 본래의 모습이 나오는 순간. 박상오는 "여름에 그 힘든 체력훈련도 이겨냈는데 지금 고비도 잘 이겨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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