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소리없이 강한 '기록 사나이' 송지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24 07: 25

2008년 6월의 일이다. 우리담배라는 타이틀이 사라져 히어로즈라는 팀명만 남아있던 넥센선수들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화 송진우의 2000탈삼진 대기록이 세워진 바로 다음날이었다. 송진우의 2000탈삼진에 희생양이 된 송지만(38)이 배팅연습을 할 참이었다. 지금은 LG에 있는 이택근은 "우리팀에서 지만이 형 힘이 가장 세다"고 말했다. 송지만은 "프로세계에서 노장은 없다. 단지 베테랑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송지만은 여전히 넥센에서 힘이 가장 센 타자다.
송지만은 지난해 127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 17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넥센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가 바로 송지만이었다. 장타율도 0.471로 넥센 팀 내에서 으뜸이었다. 우리나이 서른여덟이었지만 송지만의 힘은 웬만한 젊은 선수들 못지않았다. 그러나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송지만의 야구 인생이 그랬다. 그동안 그가 쌓아온 기록은 조용했지만 대단했다. 이미 지난해 송지만은 프로야구 통산 6번째 300홈런과 통산 3번째 3000루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가 쌓아갈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인천 동산고-인하대를 졸업한 송지만은 지난 1996년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데뷔 당시 이영우 홍원기 임수민과 함께 독수리 4인방으로 기대를 모았다. 데뷔 첫 해부터 타율 2할8푼7리에 18홈런을 터뜨리며 황금 독수리로 떠올랐던 송지만은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99년 22홈런-20도루로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송지만은 2000년 32홈런, 2002년 38홈런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됐다. 그러나 2003시즌을 끝으로 권준헌과 트레이드돼 현대로 이적했다.

현대로 이적한 후에도 3차례나 시즌 20홈런을 터뜨리며 타선의 중심을 지켰다. 한화에서 8시즌을 보낸 송지만은 이제 현대-넥센에서만 8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송지만은 무려 14차례나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트레이드의 발단이 된 2003년 유일하게 9홈런으로 연속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송지만은 장종훈-양준혁과 함께 15년 연속 두 자리수 홈런의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연속 홈런이 아니더라도 송지만의 위대함을 입증할 기록적인 가치는 많다.
먼저 출장경기. 송지만은 15시즌간 통산 1784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역대 8위로 현역선수 중에서는 3번째다. 통산 안타는 1769개로 역대 5위. 현역 선수 중에서는 장성호(1799개) 다음이다.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이 유력한 장성호보다 먼저 1800안타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홈런은 정확히 300개로 역대 6위. 현역선수 중에서는 2위다. 타점은 975개로 역대 8위인데 시즌 중 1000타점 고지를 밟을게 유력하다. 득점도 968점으로 역대 6위로 역시 1000득점이 가시권이다. 루타는 3041루타로 역대 3위이자 현역 1위.
송지만은 올해 내로 1000타점-1000득점 돌파가 유력시된다. 양준혁과 장종훈 외에는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 그만큼 많이 주자를 불러들이고, 직접 홈을 밟은 의미있는 기록이다. 여기에 2년 내로 2000경기와 2000안타라는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송지만의 철저한 자기관리라면 못할 게 없다. 2000경기, 2000안타, 300홈런, 1000타점, 1000득점, 3000루타. 양준혁만이 유일하게 밟은 고지를 송지만의 그대로 뒤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 당장 경쟁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그는 넥센 최고의 장타자다. 그런 타자의 연봉을 넥센은 37.5%나 삭감시켰다.
송지만은 "지난 15년간 특별히 의미있는 경기를 꼽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내게는 뜻깊은 경기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머지 않아 송지만의 기록을 멋지고 화려하게 포장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송지만은 소리없이 강한 남자가 아니다. 단지 그의 소리를 제대로 키워주지 못했을 뿐이다. 그도 엄연히 '기록 사나이'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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