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한화의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였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한 선수를 거론하며 "요즘 언론에서 너무 띄워주더라. 너무 띄워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유가 있었다. 주위의 기대가 커지니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간 스윙은 딱딱해졌고 땅볼만 양산했다. 한 감독은 "힘이 들어가는 게 문제다. 힘 빼고 타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타격에 눈만 뜨면 좋을 텐데"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5년차 좌타 내야수 김강(23)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 감독의 기대대로 김강이 조금씩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한 모습이다. 김강은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 오우노야마 구장에서 벌어진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안타 2개가 모두 2루타였다. 장타 갈증에 시달리던 한화로서는 그야말로 청량제 같은 장타 2방이었다.
확실히 인상적인 타격이었다. 2회초 첫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김강은 4회초 무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투수는 요미우리의 특급 신인투수 사와무라 히로가즈. 사와무라의 2구째 144km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김강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타구는 빨랫줄처럼 뻗어나가 우익선상 깊은 쪽으로 굴러갔다. 2루타였다. 요미우리가 자랑하는 특급 신인에게 매운 맛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6회초 세 번째 타석이 백미였다. 무사 2·3루 찬스에서 들어선 타석. 투수는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마무리투수로 명성을 떨친 조나단 알발라데호. 올해 요미우리의 마무리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특급 외국인 투수였다. 볼카운트 2-2에서 알발라데호의 5구째 142km 직구가 가운데로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받아때렸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우익수 키를 넘었다. 오른쪽 펜스를 직격하는 2타점 2루타. 조금 더 뻗었다면 담장을 넘어갈 뻔한 타구였다.
실투를 놓치지 않는 킬러 본능으로 만든 2루타 2방. 빠른 배트스피드와 타고난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4번타자 최진행을 제외하면 확실한 중심타자가 없는 한화에게 있어 김강의 장타는 빛과 소금이었다. 한대화 감독도 "중심타자들이 잘해줬다"며 직접 김강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동안 김강에게 칭찬을 아끼던 한 감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멘트. 그만큼 김강의 타격이 인상적이었다.
김강의 맹타에는 장종훈 타격코치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요미우리전이 끝난 후 김강은 "전날 야쿠르트전에서 삼진 2개로 부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야간 타격훈련을 했는데 장종훈 타격코치님께서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공을 조금 더 보고 쳐라'고 조언해주셨다. 그걸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강은 "조금 더 페이스를 끌어올려 시즌 때도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김강이 기대대로 타격에 눈을 뜬다면 한화의 중심타선도 만만히 볼 수 없게 된다. 김강에게 자꾸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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