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라운드를 앞둔 프로농구. 시즌 막판 1위 다툼과 맞물려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MVP 경쟁이다. 통상적으로 정규리그 1위팀에서 MVP가 배출돼 지난 14시즌간 11차례 나왔다. 1위 싸움에 MVP 경쟁도 맞물려 있는 것이다.
현재 1위는 KT. 32승12패로 2위 인천 전자랜드(31승14패)에 1.5경기 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KT의 중심은 단연 박상오(30·196cm).

지난 시즌까지 준주전급 선수로 활약한 박상오였지만 올 시즌에는 당당히 팀의 기둥으로 거듭나며 강력한 리그 MVP 후보로 떠올랐다. 기량발전상(MIP)을 넘어 최우수선수를 넘볼 만한 기량과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박상오는 올 시즌 44경기 모두 출장해 평균 32분52초를 뛰며 15.6점 5.2리바운드 야투성공률이 56.7%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시즌간 평균 8.1점 2.8리바운드 야투성공률 45.9%를 기록했던 박상오로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이자 상전벽해.
박상오는 여름 동안 혹독한 체력훈련으로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몸은 날렵해졌고 슛은 정교해졌다. 골밑과 외곽을 아우를 수 있는 특급선수로 변모했다. 거의 최초의 벤치멤버 출신 MVP라는 드라마를 쓸 기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지금도 부담스런 표정이다. 박상오는 "요즘 주위에서 MVP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조금 부진하면 'MVP는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농담식으로도 이야기들 한다. 아직도 그런 이야기들이 내게는 많이 부담스럽다. 어색하기도 하고, 지금 팀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이 정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손사래쳤다. 제스퍼 존슨의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로 잔여 경기 출장이 어려워진 팀 상황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존슨의 부상으로 박상오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 KT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존슨이 빠짐에 따라 박상오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그동안 존슨과 함께 내외곽에서 번갈아가며 상생효과를 냈으나 이제는 홀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상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에서 한 번 더 진가를 발휘하고 KT의 1위 자리를 지켜낸다면 MVP 후보로서 가치도 더 높아진다.
박상오는 "5라운드가 거의 끝나가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여름에 그 힘든 체력훈련을 이겨냈다. 지금의 위기도 이겨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위기를 맞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팀 KT에서 박상오는 단연 두드러지는 사나이다. 대학 시절 농구를 관둔 뒤 현역으로 군대까지 다녀와 다시 코트로 돌아온 그다. '사연 있는 선수' 박상오가 KT의 사연 있는 1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을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