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는데...".
왕선재(52) 대전 시티즌 감독의 입에서 절로 나온 한숨이다.
왕선재 감독은 대전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관우(33)가 선수 등록 마감(28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도 방황하고 있다는 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왕선재 감독은 이관우가 수원에서 방출됐다는 소식에 대전으로 영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가운데 개막이 임박했다.
이관우의 대전행이 지지부진한 까닭은 크게 두 가지. 이관우의 몸 상태에 확신이 없고 연봉 협상에서 양 측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대전에서는 이관우의 무릎을 걱정하고 있다. 2009년 무릎 수술을 받은 이관우는 2년간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 7월 독일에서 재수술을 받은 뒤에는 아예 경기장에 나서지도 못했다. 왕선재 감독이 이관우에게 여러 번 전지훈련 합류를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왕선재 감독은 "아무리 내가 감독이라도 선수를 직접 보지 않고 데려올 수 있나? 천하의 퍼거슨 감독도 베베라는 선수를 보지도 않고 데려오면서 비난을 받았다. 대전처럼 가난한 구단이 그런다면 어떻겠는가?"라며 "테스트가 우선이라는 생각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전은 이달 초 이관우에게 연봉 1억 원을 제시했다. 올해도 살림살이가 궁색한 대전이 짜내고 짜낸 조건이었다. 이를 위해 별도 예산까지 편성했다. 그러나 수원에서 거액의 연봉을 수령하던 이관우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왕선재 감독은 "이관우의 몸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액이었다. 일단 이관우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도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왕선재 감독이 마지막 해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연봉은 최소한을 줄이되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옵션제다. 지난 2007년 대전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고종수가 선례다. 당시 고종수는 연봉은 최저 수준인 24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옵션 등으로 2억 원가량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왕선재 감독은 "이관우가 다른 구단으로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전의 선수는 우리가 끌어안아야 한다. 우리 사정에 무턱대고 큰 돈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적에 따라 고종수처럼 보상할 수는 있다. 이관우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