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대현, "올 시즌에는 실점하고 싶지 않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2.25 10: 40

"아무리 연습경기였지만 점수를 주니까 기분이 정말 나쁘더라".
한 시즌 동안 실점하지 않는 투수가 있을까. SK 와이번스 철벽 마무리 '여왕벌' 정대현(33)이라면 혹시 '퍼펙트 시즌'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에 한창인 정대현은 올 시즌 유력한 SK 마무리 투수. 김성근(69) 감독이 언제나 무턱대고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믿을만한 구석이다.

그런 정대현이 올 시즌 "실점하지 않겠다"는 무서운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바로 지난 19일 차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전 때문이었다.
당시 정대현은 1-9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라 2실점했다. 내야안타와 좌전안타, 볼넷으로 1사 만루에 몰린 정대현은 삼진으로 급한 불을 끄나 했다. 하지만 8번타자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이에 정대현은 "투수는 일반적으로 실점을 하더라도 그날 볼 던지는 감이 좋으면 만족한다. 오히려 결과가 좋아도 볼 채는 느낌이 좋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주니치전은 아무리 연습경기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말해서 정대현은 볼 컨디션 여부를 떠나 결과도 좋았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사실 나는 타자들에게 맞혀주기 위해 던지는 배팅볼조차 맞지 않게 던지려고 한다"는 정대현은 "일단 점수를 주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쁜 일"이라며 "이제부터는 연습경기든 뭐든 상관없이 시즌이 끝날 때까지 1점도 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점도 주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정대현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두 차례 기록한 경험이 있다. 2005시즌 0.37이었고 2007시즌에는 0.95였다. 2005시즌 20경기에서 24⅓이닝을 던지며 1승 3세이브를 올렸고 2007시즌에는 무려 60경기에서 78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3홀드 27세이브를 기록했다. 2009시즌(2승 3패 13홀드 10세이브)과 2010시즌(4승 1패 8홀드 4세이브)에는 각각 1.20, 1.40의 평균자책점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정대현의 이런 결심은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과 몸 컨디션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평소 마운드에 오르기전 있을 수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다 헤아려 머리 속으로 그려놓은 뒤 마운드에 오르는 정대현이다. 볼카운트 상황은 물론 전 경기 때 상대 타자의 움직임까지 떠올린다. 사실상 시뮬레이션을 한 번 거치고 마운드에 오르는 셈. 결국 있을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또 정대현의 몸은 올 시즌이 최상이라 볼 수 있다. 지난 2009시즌 후 왼 무릎을 수술한 정대현은 작년에 조금 남았던 통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몸무게 조절도 원하는 대로 되고 있어 시즌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 시즌 후 FA로 풀리지만 이를 의식하지 않고 시즌 준비에만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대현은 일단 무실점 선언 후 첫 경기였던 24일 요코하마전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2-4로 뒤진 8회 마무리 투수로 나온 정대현은 2사 후 중전안타를 맞고 도루를 내줘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와타나베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끝냈다.
 
쿠바와의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병살타를 유도해냈던 정대현이었다. 그런 정대현이라면 퍼펙트 시즌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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