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박정석, "10년이 지났지만, 열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1.02.25 10: 45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요즘 들어 실감난다. 그렇지만 내 열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건 나이 외모 손놀림 정도가 아닐까 한다".
편안한 말 솜씨와 매너는 소문 그대로였다. e스포츠 팬들이 가장 뒤에서 안아주고 싶은 사나이 중 하나로 꼽히는 '영웅' 박정석(28, KT)은 분위기 있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지난 2001년 5월 한빛 스타즈(현 웅진 스타즈)의 창단 멤버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박정석은 이듬해인 2002년 스카이 스타리그 2002에서 '황제' 임요환(31, 슬레이어스)을 꺾고 우승하면서 영웅 프로토스라는 애칭을 얻었고, 가장 먼저 프로리그 100승을 달성한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

지난해 10월 30일 공군 제대 이후 KT 롤스터에 복귀한 박정석은 지난달 26일 프로리그 신재욱과 경기서 복귀 이후 마수걸이 승리에 성공하며 군 제대 프로게이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는 그간 지나온 시간에 대해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이런 시간이 올 줄 몰랐다. 물론 군대 가기 전에도 나이도 있는 편이었지만 입대 전과 후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은  30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20살 때와 다른 것 같다. 정말 서른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면서 OSEN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도 애 늙은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웃음). 그런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금은 과거와 비교해도 연봉 부터 시작해서 모든게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내가 처음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 만해도 KT 한빛소프트, 삼성전자 3개 팀 밖에 없던 프로게임단이 지금은 9개나 되고 연봉도 3000, 4000 받으면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2억원 넘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프로화가 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e스포츠가 이만큼 발전할 걸 보면 많은 팬들이 e스포츠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한다"며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홍진호와 함께 팀의 맏형의 위치에 오른 박정석은 지난 1월부터 주장을 맡으면서 10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함께 팀 생활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막내나 중간 위치가 나쁜 적은 없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에는 시키는 일만 잘하고 경기만 잘하면 됐으니깐, 그런데 지금은 팀도 아울러야 하고, 후배들도 다독여주어야 한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알게 모르게 걱정을 많이 하는편이라 쉽지는 않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힘이 넘치는 경기력과 딱 벌어진 넓은 어깨로 인해 '등짝' 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는 박정석도 프로게이머에게 치명적인 병인 '목디스크'에 걸리며 한 때는 은퇴 기로에 서 있던 적이 있다. 주변 지인들과 팬들의 성원으로 다시 일어선 그는 지난 달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아 프로게이머 생활을 중단한 후배 우정호의 쾌유를 빌었다.
"나는 자세가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자세가 좋지 않았다. 사람들 보기에 괜찮았던 자세가 결국은 목과 허리에 굉장히 무리가 가는 자세였다. 당시에 주변에서도 너무 놀라서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셨다. 얼마 전 팀 후배인 우정호 선수가 급성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빨리 완쾌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평소 밝고 분위기 메이커였던 정호라 일어설거라고 믿는다".
복귀 이후 승리에 대해 묻자 박정석은 공로를 팀원들과 코칭스태프에 돌렸다. 경기 후 인터뷰서도 '승리의 절실함'을 강조했던 박정석은 "당시는 너무 흥분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묵묵히 열심히 하면서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프로토스전 외에는 승률이 좋지 않아서 출전이 무리일 수 있는데 귀중한 기회를 준 팀원들과 코칭스태프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제대 이후 첫 승리에 대해 말했다.
"예전에는 4대천왕이 있었다면 지금은 '택뱅리쌍'이 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느낌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열정은 변함이 없다"고 차분하게 말한 박정석. 그의 말에는 가식이나 포장같은 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영웅'의 앞 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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