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한의원 건강칼럼] 직원들과 새해 때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다 불쑥 튀어나온 얘기가 ‘새해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나왔다. 여기저기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직원들에게 ‘우리 한의원 찾는 환자들의 고민’이란 말을 했다. 맞다. 우리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여러 질환들 때문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고민과 고통은 새해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입 냄새 때문에 지난해 처음 찾아 왔던 환자가 기억난다. 솔로부대 생활을 오랫동안하다 드디어 애인이 생겨 살맛난다던 환자였다. 노총각 대열에 합류하기 전 다행히(?) 한 여성 동지를 만나 적극적인 구애 끝에 마음을 얻을 수 있어 행복했다는 이 환자. 그런데, 입 냄새가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내원했었다.
마음을 받아 낸 뒤 얼마 후 애인과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민망하고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고 한다. 별로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애인을 위해 보러 갔었는데, 내용이 지루해 하품을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자기 오늘 이빨 닦았냐”에서 시작 된 애인의 타박이 영화는 뒷전이 되고 차 안에서 그 동안 답답한 심정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백미는 입 냄새 때문에 마음을 받아줘야 하나 말아야 가장 큰 고민을 했다는 대목이었다. 그 다음 날 곧바로 우리 한의원을 찾았는데, 지난해 1호 환자로 기록 됐었다.

별 것 아닐 것 같이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들까지 매우 곤혹스럽게 만드는게 입 냄새다. 환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 냄새가 시작 됐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지저분’을 넘어서서 인격 전체까지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열심히 일하다 그럴수도 있고, 잠시 몸이 좋지 않아 생긴 ‘그 때’의 질환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중요한 순간에 입 냄새가...
직원들과 이 얘기를 하면서 그 환자가 지금 잘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치료가 끝난 뒤 생활 예방 습관을 내가 충고하는대로 모두 지키겠다고 했다. 이후 작년에 꼭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에 골인 한 뒤 평생 사랑을 속삭이겠다는 다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한 뒤 전화를 했다. 지난해 프로포즈에 성공 올해 3월에 가정을 꾸민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입 냄새 하나 없앴을 뿐인데 이런 행운이 따른다며 싱글벙글 전화기 저쪽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글 :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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