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그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흥분했다. 그러고는 곧장 "김병현은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10년 전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핵잠수함' 김병현(32)과 함께 했던 '베테랑 타자' 크레이그 카운셀(41)이었다.
OSEN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메리베일 베이스볼 파크 클럽하우스에서 카운셀을 만났다. 이제 메이저리그에 얼마 남지 않은 김병현과 관련된 선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15년 동안 1517경기에 출장했고, 타석에서 방망이를 높게 든 타격폼이 특이해 인상 깊어 한국 팬들에게도 관심을 받았다.

카운셀은 "피츠버그 시절 김병현을 마지막으로 봤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병현은 애리조나가 우승할 때 우리 팀에서 엄청난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정말 최고의 투수였다"며 옛 동료를 추억했다.
"이번에 일본프로야구 팀과 계약해 지금 일본에 있다. 다시 야구를 시작했고 팀 내 마무리 투수 후보 중 한 명이다"고 말하자 카운셀은 "와우. 안녕. (김)병현. 우리 다음주에 우승 10주년 기념 행사가 피닉스에서 있을 거야. 이날 2001년 우승 멤버들이 모이기로 했어. 이 자리에 꼭 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김병현이 한창 라쿠텐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어 1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운셀도 그 점을 눈치채고 "만약 행사에 오기 힘들다면 최근 모습을 동영상으로라도 좀 찍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운셀은 지난 2001년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물리칠 때 3승3패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1회 타석에 들어서 양키스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로부터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루이스 곤살레스의 결승타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애리조나는 우승을 거뒀고 김병현에게는 믿겨지지 않는 불운한 드라마와도 같았던 월드시리즈도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카운셀은 "사람들은 당시 월드시리즈를 최고 경기였다고들 말한다. 그 경기의 일원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특별하다. 병현에게는 힘든 월드시리즈였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우승을 거뒀다"고 말한 뒤 "그러나 김병현은 정규시즌을 포함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우리 팀을 지켜냈다. 김병현이 없었으면 우리는 우승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병현이 홈런을 맞은 건 우리도 놀랐다. 그러나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공을 던졌다. 그것이 야구이고, 우리는 승리를 거뒀다. 김병현이 홈런을 맞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병현과 우리는 챔피언이 됐다"며 김병현에게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카운셀의 머리 속 김병현은 여전히 잠을 많이 자던 동료였다. 그는 "김병현은 정말 많이 잤다. 자다 일어나서 세이브를 거뒀고, 경기가 끝나면 또 잤다. 세탁실에서 자는 것을 봤다"며 웃음을 지은 뒤 "지금 생각해도 그의 팔은 정말 대단했다. 사이드암으로 95마일(153km)을 던졌다. 올 시즌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니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3년간의 공백기를 극복하고 다시 프로 무대에 복귀한 김병현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카운셀은 "그에게 조언할 것은 없다. 그는 최고 수준의 투수였다. 스스로 어떻게 회복하는지 알 것이다. 복귀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도 알다시피 모든 야구 선수들은 열심히 운동한다. 가끔은 생각하는 대로 잘 되지 않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며 "김병현, 어떤 이유가 됐든 네가 열심히 운동한다면 그 결과에 행복할 것이다. 왜냐하면 넌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야구팬 여러분. 메이저리그에서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을 보길 바랍니다"라며 "추신수는 정말 최고의 타자"라며 웃음을 지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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