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기 전패 할 것 같다".
김성근(69) SK 와이번스 감독의 목소리는 실망이 아니라 흥미롭다는 느낌이었다.
SK는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3-11로 대패했다. 선발 엄정욱이 2이닝 동안 7실점한 것을 비롯해 좌완 김태훈은 3이닝 동안 3실점했다. 문광은도 1이닝 1실점해 좋지 않았다. 그나마 신인 임정우와 전준호가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버틴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 감독은 경기결과에 대해 "앞으로 전패할 것 같다"고 웃은 후 "LG가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우리는 선수가 모자라서 쩔쩔 매는데 LG는 정규 멤버가 다 좋다"고 부러워했다. 이어 "LG 뿐만 아니라 한화도 강해졌고 앞으로 붙을 삼성도 좋다고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SK 투수진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연습경기를 통해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는 김 감독은 "나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평했다.
김 감독이 거론한 투수들은 박종훈, 김태훈, 엄정욱, 이영욱, 윤희상 대략 5명이다. 주전을 제외하고 이들 5명에게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박종훈은 연습경기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고 김태훈은 140km대 중반 구속을 발판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김 감독은 "박종훈은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다. 하지만 4~5회를 어떻게 넘기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훈이 선발감 후보인 만큼 타자들이 대처하기 시작하는 두 번째 순번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테스트가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김태훈에 대해서도 "1~2회는 좋다. 하지만 이후가 되면 실점한다. 결국 선발로 쓰기가 애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보다는 중간 불펜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느낌이다.
이날 크게 흔들린 엄정욱, 이영욱, 윤희상에 대해서는 "올 시즌에 필요한 전력"이라고 못박으면서도 "모두들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를 맞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가용자원들을 좀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크다. 주축들과 마찬가지로 강한 믿음을 준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이 과연 시즌까지 한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사진>박종훈-김태훈-엄정욱-이영욱-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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